참석자 채권액 2/3 이상 채권자 동의 필요
국민연금 찬성으로 채무재조정 가능성 ↑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대우조선 정상화의 향방을 좌우할 사채권자 집회에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서울본사 건물과 빨간신호등의 모습

17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안이 모두 가결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17일 채권단과 금융당국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회사채(1조3500억원)를 보유한 기관투자자는 모두 32곳이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이날 채무 재조정 안에 찬성했고, 우정사업본부·사학연금·증권사 등 다른 30여 개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이 남아 있다.

이들 투자자가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달라는 채무 재조정 안에 찬성해야 대우조선해양은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서 벗어날 수 있다.

P플랜은 기업을 단기적으로 법정관리에 보내 법원이 강제로 채무 재조정을 한 후 워크아웃 절차로 되돌려 놓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법적 구조조정 방식이다.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지원하면 정상화 가능성이 일단 충분하다. 하지만 비금융채무나 악성 채무가 과다해 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P플랜 대상이다.

기관투자자 중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국민연금으로 최대 3900억원(29%)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우정사업본부(1600억원), 사학연금(1000억원), 신협(900억원), KB자산운용(600억원), 수협중앙회(600억원)의 순이다.

교보생명(400억원), 하이투자증권(400억원), 하나금융투자(300억원), 현대해상(200억원), 한화투자증권(200억원) 등 보험·증권사도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다수 보유 중이다.

   
▲ 17일 오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 중 중소기업중앙회(400억원)와 한국증권금융(200억원)은 지난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채무 재조정에 찬성했고, 400억원을 보유한 농협중앙회도 찬성 쪽에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국민연금을 비롯한 일부 기관투자자가 찬성 입장을 보였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이르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안이 가결되려면 5개 회차에서 각각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 전체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오는 17일 오후에 열리는 두 번째 사채권자 집회는 올해 11월 만기 회사채 2000억원의 채무 재조정을 위한 것으로, 만기 회사채 275억원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도 국민연금보다 더 많은 회사채를 들고 있는 우정사업본부(490억원)·수협(400억원) 등이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가결이 어렵다.

다만 그동안 국민연금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던 기관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는 예상이 보편적 시각이다.

2000여 개인 투자자들의 결정도 중요하다. 사채권자 집회를 넘긴 이후에는 기업어음(CP) 투자자 동의를 따로 받아야 하는데,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CP는 총 2000억원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100억원 단위로 팔려 나갔다. 이 가운데 우정사업본부가 3분의 1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CP 발행 규모는 회사채보다 작으나, 동의를 얻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채권자에게 일일이 동의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위해 팀을 꾸려 일일이 개인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펼쳐왔는데, CP 투자자들은 이번 사채권자 집회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