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강화' 기업 경쟁력↓…상법개정 신중 접근
시장자율 확대 효과적…미래산업 규제로는 한계
5000만 대한민국의 시선이 5월 9일로 향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의 5년을 책임질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모두 1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모든 후보가 대한민국의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수출이 늘고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대내외 환경은 긴장의 연속이다. 한반도 긴장 고조,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우리 경제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미디어펜은 주요 대선후보의 경제공약이 국가 경쟁력 향상과 국민 선택권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재벌개혁, 경제활성화, 가계부채, 금융개혁, 부동산, 일자리, 미래먹거리 등 7개 부문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19대 대선후보 경제공약 분석①]-재벌개혁

   

[미디어펜=조한진 기자]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이 5명의 후보가 장미 대선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계와 기업들은 다섯 후보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5년의 경제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계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주요 후보 대부분이 ‘반기업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후보는 저마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등 인위적인 수단을 통해 경제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시장의 자율성과 감시기능 확대가 더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규제에 규제를 더할 경우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주요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통사항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강화 △공정거래 질서 확립 및 경제적 약자 보호 △지주회사 요건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이다.

'규제+규제' 기업하기 더 어려워진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재벌 개혁의 수단으로 규제강화를 꼽고 있다. 여론 조사 1, 2위를 달리는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기업지배구조 개선,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을 외치고 있다. 재벌의 불공정행위를 막고 공정한 시장경제 환경을 조성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경제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과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재계는 기존 규제에 신규 규제까지 더해지면 경영활동이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경제 선진국은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되지 않는 다중대표소송와 집중투표 등이 실시되면 ‘기업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될 경우 경영활동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경제 기본원칙 훼손 △해외투기자본에 악용될 소지 △모험투자와 혁신 등 기업가정신 발휘에 악영향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보면 규제만 가득 들어 있는 것 같다. 현재도 쉽지 않는데 규제를 강화하면 상황이 더 암울해 질 것”이라며 “지금도 기업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규제를 추가하는 것 보다는 기존의 제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법개정, 잘못 건드리면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다

이번 대선주자들의 공약 가운데 경제계와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상법 개정이다. 앞서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 대선 핵심 공약에 대부분 포함됐다.

이 같은 제도 대부분은 경제 선진국에서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고,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나라는 전무한 상황이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곳은 러시아와 칠레, 멕시코 등 3개 뿐이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은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와 소액주주의 권익 향상 보다는 투기펀드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10대 기업(매출액 기준) 가운데 6개 회사의 감사위원을 외국계 자본이 독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자기관이 힘을 모으면 회사당 3~5명 수준인 감사위원을 독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가 선호하는 이사의 선출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 제도가 의무화되면 외국계 투자기관이 선호하는 이사 한 명이 이사회에 포진할 수 있는 기업은 10대 기업 중 절반인 5개다.

   
▲ 홍준포 후보(왼쪽부터)와 심상정 후보, 유승민 후보 /사진=연합뉴스

최근 해외 헤지펀드들은 기업의 최소지분을 확보하고, 1~2명을 이사회에 진출 시켜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을 요구해 주가를 높여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결국 감사의원 분리선임과 집중투표제는 해외 먹튀 자본의 배만 불려주는 수단으로 전략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집중투표제는 재벌에 대한 견제효과 보다는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것이 목표인 펀드와 외국인 투자자, 연기금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맞는 신속한 의사 결정이 힘들어지고, 경영 활동의 효율성 저하의 부작용만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규제 강화보다는 자율성 통한 경쟁력 제고를

재계는 우리의 현행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가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추가 규제를 도입할 경우 근본적인 해법 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재벌과 대기업 규제 강화에만 집중하고, 기업 자율 경영과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는 정책에는 소홀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시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투명한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된 선진국 역시 규제 보다는 기관투자자 등 시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규제만을 앞세워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대선 후보들이 ‘4차산업혁명 대통령’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을 논외로 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 창업과 벤처의 중요성을 강조지만 대규모 투자 등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규제를 강화할수록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취업준비생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다. 여기에 공공부분 일자리 확대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 실장은 “대선주자들의 공약에는 기업 활동을 북돋아 주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킬 수 있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4차산업혁명도 얘기는 많이 하지만 근본적 산업 구조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 접근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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