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강화'에만 초점… 근본해법으론 "미흡한 수준"
5000만 대한민국의 시선이 5월 9일로 향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의 5년을 책임질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모두 1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모든 후보가 대한민국의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수출이 늘고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대내외 환경은 긴장의 연속이다. 한반도 긴장 고조,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우리 경제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미디어펜은 주요 대선후보의 경제공약이 국가 경쟁력 향상과 국민 선택권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재벌개혁, 경제활성화, 가계부채, 금융개혁, 부동산, 일자리, 미래먹거리 등 7개 부문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19대 대선후보 경제공약 분석 ③]-가계부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대선주자들의 경제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한국경제를 위협하면서 누가 정권을 접던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각 당의 주요 후보들은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저마다 가계부채를 잡을 공약들을 속속 발표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해법은 ‘미흡한 수준' 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또한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는 공약만 있을 뿐 이를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알맹이는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정치공학적인 접근으로 오히려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주요 대선 후보들은 가계부채 해결 방안으로 대출 규제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출 조이기’ 정책과 맞물리면서 서민들의 대출환경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각 후보 가계부채 심각성 ‘공감’…“대출규제 강화 초점”

각 당의 후보들은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저마다 규제강화에 초점을 둔 공약을 발표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과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우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과 ‘채무 감면’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이내에서 관리하고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차주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대출 상환이 불가능한 부채는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약이 실현될 경우 203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22조6000억원에 이른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부채구조의 질적 개선에 방점을 두고 부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2금융권의 대출 관리 강화와 한계차주 맞춤형 지원책 마련 등을 강조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자율 최고한도를 20%로 인하하고,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이자 상한제를 도입을 공약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개인별 워크아웃과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채무 원금 상환 능력이 부족한 가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전환대출을 추진하고, 정부 재정으로 주택담보증권을 매입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강화를 제시했다.

심상정 정유당 후보 역시 가게부채 총량관리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자 총액이 원금을 넘지 못하도록 이자제한법을 개정과 함께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의 최고이자율을 모두 20%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규제강화에만 초점 둔 공약…취약계층 해법은?

이들 주자들이 내놓은 가계부채 해법은 대출규제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취약계층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평가다.

   
▲ 홍준포 후보(왼쪽부터)와 심상정 후보, 유승민 후보 /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를 총량에 초점을 맞춰 단기간에 해결하면 유동성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금융시장에서 가장 먼저 퇴출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대출 조이기’ 정책과 맞물릴 경우, 생계형 취약계층의 대출환경은 더욱 악화돼 경제 고립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저소득‧저신용자를 중심으로 한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대책이 시급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다른 계층보다 대출 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은 전‧월세 자금 등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체로 담보물이 없고 소득이 낮아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여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섣불리 대출 옥죄기 정책으로 일관할 경우,이들의 경제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 뻔하다.

문제는 취약계층의 가계부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취약 차주의 가계 빚은 지난해 말 기준 78조6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2%에 이른다. 자산이나 소득보다 갚을 빚이 더 많은 고위험 가구도 7%로 우리 경제의 ‘화약고’가 될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소득의 하위 30%) 취약 차주의 대출규모는 78조6000억원이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의 6.2%를 차지한다.

한계가구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는 국내 한계가구는 150만 가구로 추정된다. 2015년 132만2000가구에서 지난해 20만 가구 더 늘어난 셈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가계부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득 ‘계층별’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저소득‧저신용자들을 중심으로 한 취약계층의 가계부채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약계층은 전월세 자금 등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야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는 공약만 있을 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가계부채 공약에 대한 실효성 의문도 제기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공약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를 목표대로 한꺼번에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대출을 전방위적으로 규제할 경우 오히려 풍선효과로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문 후보의 채무 탕감 공약과 관련해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도덕적 해이’가 확산되지 않도록 서로 상충되는 부분에 있어 조화를 이루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대안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안정된 소득이 없으면 빚은 다시 늘어나게 된다”면서 “대선주자들이 가계부채에 대해 실현 가능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 교수는 “가계부체를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해법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