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기산산업 "반드시 살려야" 확고
두 업종 상생 통한 '교차적 구조조정' 무게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문재인 정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표 주력산업인 조선·해운업종의 회생을 위해 앞으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조선·해운 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 우리나라 핵심 기간산업인 만큼 국가경쟁력을 살리는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해운업이 현재 위기를 맞고 있으나 시장의 예측대로 이르면 2∼3년 뒤 세계 조선·해운 경기가 되살아날 때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면서 “조선업계가 충분한 저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정부가 책임 있게 팔을 걷어붙이고 힘과 지혜를 모아낸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조선·해운업은 국민 경제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이며, 유사 시에는 군수물자와 병력을 수송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안보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지론에서였다.

15일 금융당국과 정치권,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현대상선 등에 대한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방향이 담겨 있지는 않았으나, 우선 조선·해운업 간 상생을 통해 회생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조선업은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몸집 줄이기를 하고, 해운업은 개별 회사의 유동성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등의 기본방향 아래 이들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직접 언급했던 만큼 이 회사에 대한 경영정상화 작업이 본격화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채무 재조정에 성공한 대우조선해양은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받아 회생 가능성에 일단 ‘파란불’이 켜진 상태다. 

유동성 위기를 넘긴 대우조선해양은 직원 수를 줄이고, 해양플랜트 등 경쟁력 없는 사업부문을 정리해 매출액의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1년 반 동안 대우조선해양에 7조1000억원 투입을 결정한 정부와 산업은행은 회사를 단단하게 만들어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새 주인 찾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 회사에 또 혈세가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속속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의 모습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전반전인 채무의 재조정을 사실상 마치고 2조9000억원 규모의 신규 유동성 지원을 앞두고 있다.

채권단의 예상처럼 내년에 대우조선해양이 회생 국면에 접어들어 인수·합병(M&A)이 추진 가능성이 높아질지 예단할 수는 없으나, 문재인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의 최선상에 있는 대우조선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보편적 시각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책임있게 수행할 컨트롤타워가 세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구조조정이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에 휩싸인 만큼 이 부분을 보강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며 2015년 이후 조선·해운업 등 산업 구조조정에 매달렸으나 어느 업종, 기업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에 기댄 경쟁력 강화방안,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정부 간 엇박자 및 안일한 대응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 결과 국내 해운업계 1위였던 한진해운의 공중분해로 해운업 위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조선업 구조조정 실기로 세계 1위였던 조선업의 추락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선 이전 정부는 시장 자율에 맡긴다고 하면서도 개입의 끈을 놓지 못했고, 그렇다고 정부가 제대로 책임지고 주도하지도 못했다. 결국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은 정상화에 실패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처 간 박자를 조율하고 책임 회피로 빚어지는 논란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콘트롤타워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해운·조선 구조조정이 정확한 진단과 예측을 토대로 진행됐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 악화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문재인 정부에서는 시장 감시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등 선제적 구조조정을 이끌 ‘적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