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자금투입…상반기 출자전환 완료
업황 개선 여부 등 변수…자구노력 이행 주목

[미디어펜=김세헌기자]대우조선해양에 다시 7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다.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 방안이 모두 가결됨에 따라 대우조선은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나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집회에서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안이 통과된 18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19일 채권단과 금융당국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된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 안이 모두 통과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 구조조정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에게도 이번 주 안에 채무 재조정 안에 대한 동의를 받을 예정이다.

CP 투자자들도 채무 재조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대우조선해양은 신규 자금을 지원받는 길이 열렸다.

앞으로 법원이 채무 재조정 절차가 타당하게 진행됐는지 검토한 후 인가를 내주고, 인가 이후 일주일 간 사채권자의 반발이 없을 경우 채무 재조정 안의 효력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발생한다.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 안에 따라 1조55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50%가 주식으로 전환되고 나머지 50%는 만기가 3년 유예된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은 전액 주식으로 바뀌고, 시중은행의 무담보채권 80%인 5600억원도 출자전환된다. 출자전환 규모는 총 2조9000억에 달한다.

오는 6월까지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732%에서 300% 정도로 떨어질 전망이다. 출자전환과 함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대우조선에 제공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3년간 회사채를 갚을 의무에서 자유로워지고 2015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지원받은 4조2000억원 가운데 남은 4000억원을 활용할 수 있어 당분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발주 계약 취소와 신규 수주 중단이 예상되는 단기 법정관리 'P플랜'에 돌입하는 대신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정상화에만 매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다만 이번에 대우조선해양이 채권자들이 손실을 분담하는 채무재조정에 성공은 했으나, 경영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많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구계획의 철저한 이행과 신규 수주, 납기 준수를 통한 재무상태와 실적 개선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앞 조형물

특히 이번에 지원받는 2조9000억원의 자금은 선박 건조와 협력업체 대금 지급 등으로 용도가 한정돼 있어, 대우조선해양이 채무를 변제하고 재무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은 신규 수주와 수주 선박의 정상적인 인도를 통한 자금 유입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그간 수주를 방해했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만큼 신규 물량 확보에 총력을 다 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연간 수주목표는 55억달러로 이미 이번 달에 15억달러를 육박하는 등 수주 실적 면에서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는 모습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거래를 맺어왔던 선주사과 수의계약들로 이뤄진 실적인 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대우조선해양은 경쟁 입찰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인도가 연기되면서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묶인 앙골라 소난골의 드릴십 협상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신규 자금 지원을 받게 된 만큼 좀 더 여유를 갖고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해는 최소화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 가운데 3조5000억원 자구계획을 내놓은 데 대해 철저히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채권자들이 재정적 손해를 감수하며 고통분담에 동참한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지소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여기에 부응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사업구조도 해양플랜트는 점차 줄이고 경쟁력 있는 상선과 특수선 위주로 재편할 방침이다. 다만 최근 해외 전문 분석기관은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안 이행이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황 개선 여부, 선박 발주 추가 취소 가능성 등 변수가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신규 수주에 성공해야만 당장 도움이 될 수 있고, 유동성 확의 수단의 큰 축인 신규 수주 활동에 사활을 것으로 보여 그 향후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