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미디어펜=정재영 기자]군주정치였던 조선시대와 현 민주정치에서는 닮은 점을 찾을 수 있을까. 공통분모가 존재하지 말았어야할 최근의 대한민국 정권에서 정권이 바뀌고 지금이 오기까지의 과정은 왠지 모르게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그린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과 닮아있다.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운명적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나라를 위해서 목숨 받쳐 싸우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대립군을 조명했다. 이들의 전투는 벼랑 끝에 내몰린 쥐와 같은 처지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당장의 생계가 어렵기 때문.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주지 않으며 변변한 무기조차 지급되지 않는다.

또한 한 나라의 왕이지만 나약하기 짝이 없는 광해는 버려진 나라를 지켜야 하는 비운의 왕으로 그려진다. 이는 여태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광해의 이면으로 관객들에게 새롭게 다가오며 극의 초반과는 달리 말미에서는 비로소 의젓한, 백성을 사랑하는 왕으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내 가슴 뭉클한 느낌을 선사한다.

극 중 광해의 나이대인 배우 여진구는 이러한 광해의 성장과정을 특히나 잘 살렸다. 유약한 초반 모습부터 강단있게 결정을 내리는 극 후반부의 모습까지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광해와 함께 성장하는 여진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대립군이 고초를 겪으며 직접 산을 오르내리고 계곡을 건너며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들은 뭉클함을 선사하며 흡사 외화 ‘반지의 제왕’ 원정대를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 이는 대립군과 광해의 여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던 연출의 노력 또한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 중 강계전투에서 플라스틱 돌이 아닌 실제 돌을 날렸던 현장의 치열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대립군’ 속 광해는 왕세자임에도 아버지인 선조로부터 버림받고 백성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며 진정한 왕으로 거듭난다. 정윤철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리더는 만들어져있는 것이 아닌 만들어져 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 길고 긴 시간 끝에 진정한 민주정치를 되찾은 지금, ’대립군‘을 접한 관객들은 그동안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는 31일 개봉. 러닝타임 1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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