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80여개 한국 음식점 중 60개 실제 주인은 중국인…정체불명의 한국 맛
   
▲ 이석원 언론인
프랑스 파리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기로 유명한 지역인 오페라(Opera) 구역. 고색창연한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 주변에는 유서 깊은 카페와 레스토랑도 즐비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이들에게 각광을 받으며 미국에서 건너온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들이 심심찮게 보이며 살짝 파리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메트로 오페라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형 한국 식료품 가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리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은 물론 여행자들도 어지간해서는 이 지역에 한 번 이상 들리게 된다. 이 지역 호텔에 숙소를 잡는 한국 여행자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곳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유는 식료품 가게만이 아니다. 부근 메트로 피라미드 역 주변으로는 여러 개의 한국 음식점들이 있다. 차이나타운처럼 한꺼번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걷지 않아도 여러 개의 한국 음식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을 떠나온 지 오래된 사람이나 유독 현지 음식과 친숙해지지 않는 여행자들이 반가워하며 즐겨 찾는 편이다. 

이곳을 포함해서 몽마르트 지역이나 에펠탑에서 멀지 않은 16구 등 파리 곳곳에는 약 80여개의 한국 음식점이 있다. 지난 200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20여개에 불과하던 파리의 한국 음식점은 2005년 이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 노트르담 성당에서 내려다본 파리 전경. /사진=이석원

유학이나 주재 등의 이유로 파리에 장기 거주하는 한국 사람이 늘어난데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여행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때문일 것이다. 특히 2010년 이후 국내 여행사들의 해외 패키지여행 상품이 동남아시아나 중국과 일본을 넘어서 유럽까지 확대됐으며, 유럽에 대한 패키지여행 상품의 상당수가 프랑스 파리를 포함하고 있는 것도 파리에 한국 음식점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다.

그런데 파리의 한국 음식점은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오로지 한국 음식만 취급하는 이른바 '정통 한국 음식점'이 있고, 한국 음식과 더불어 중국과 일본의 음식, 거기에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태국 음식까지 함께 취급하는 복합형 한국 음식점이 있다. 

한국 음식만 취급하는 음식점에서는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것과 거의 흡사한, 때로는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한국 음식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복합형 한국 음식점은 좀 다르다. 같은 김치찌개라도 어딘가 맛이 다르다. 프랑스 현지화 했다는 얘기를 하지만, 현지화라고 하기도 모호한 맛이다.

그런데 그 음식점의 주인이 한국 사람이 아닌 중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모호한 맛의 이유를 알 수 있다. 김치찌개나 순두부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한국 사람이 아니면 표현되지 않는 한국의 맛이 중국의 오묘한 향신료로 덧입혀진 맛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음식점의 분위기도 한중일의 느낌까지 혼합돼 있다. 이런 식당은 분명 한글로 된 식당 간판을 내걸기도 하고, 또 K-Pop이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들어가 보면 무척 낯선 기분을 감출 수 없다. 한글로 된 간판과 한글 메뉴판, 때로는 한국인 종업원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한국 음식점이 아니다.

파리에서 영업 중인 한국 음식점 80여 개 가운데 실제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음식점은 20여 개 뿐이다. 나머지 60여 개의 주인은 거의 모두 중국인이다. 그들은 한국 교민이나 여행자를 의식해 한국 음식으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한국 음식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은 채 조리를 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

   
▲ 파리의 오페라 지역 메트로 피라미드 역 부근에 있는 유명한 한국식당으로 알려진 태동관. 그러나 이곳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중일 복합 식당이다. /사진=이석원

우리보다 더 황당한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이다. 파리에는 초밥집을 포함해 약 120여개의 일본 음식점이 있는데, 그 중 실제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은 거의 없다. 99%가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일본 음식점이고, 아주 소수의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초밥집이 있다. 그러니 파리를 찾은 일본 사람들은 일식도 아니고 중식도 아닌 모호한 초밥과 생선회를 먹게 된다. 파리를 여행하는 일본 사람들은 "차라리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초밥집이 낫다"는 말을 할 정도다.

이러한 사정은 비단 프랑스 파리 뿐 아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일본 음식점의 대부분도 중국 사람이 운영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가장 많은 아시안 음식점인 태국 음식점도 절반 이상이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다. 오스트리아 빈이나 체코 프라하의 경우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유럽 대도시들에 있는 한국 음식점이나 일본 음식점, 그리고 태국 음식점은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 운영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파리에서 중국 사람들의 영향력은 음식점 운영에만 있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라파예트 갤러리나 브렝땅 백화점의 명품 매장을 점령한 사람들은 중국 여행자들이다. 이들 백화점 종업원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중국어에 익숙하다. 또 중국 사람들은 이들 백화점의 명품 매장에서는 그 어떤 유럽 사람이나 미국인들보다 VIP 대접을 받는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유럽의 여행지인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도 중국 사람들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의 중심인 플라차 대로를 걷고 있노라면 이곳이 중국으로 착각될 수 있다. 수많은 중국 단체 여행자들은 예의 시끌벅적한 소란함으로 이국만리 떨어진 도시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 파리 몽마르뜨 언덕 아래 노트르담 드 로레트 메트로 역 부근에 있는 한국 식당 '삼부자'. 이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가정식 음식점이다. /사진=이석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화교들이 음식점을 중심으로 경제권을 쥐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제력을 좌지우지하는 유태인과 비견돼 아시아의 경제력을 들었다 놨다 한다는 것도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이미 배워온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중국 사람들의 영향력은 이미 아시아를 넘어섰다. 중국인들은 한동안 유학을 수단으로 미국을 향해 '전진'했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그 눈을 유럽을 돌렸다. 유럽에는 유학보다도 여행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더 나아가 동남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 사람들은 음식점을 통해 유럽에 대한 경제적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오페라 지역의 한 은행 관계자인 조르주 피용 씨는 "내가 담당하는 중국인 고객들의 잔고가 쌓이는 것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까지 든다. 열 명이 안되는 중국인 음식점 주인들이 우리 은행 예금의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에게는 어쩌면 IS보다 중국인 음식점 주인들이 더 위협적일지 모른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그렇게 중국 사람들이 파리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이석원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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