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분할 공시 2배넘게 증가…투자자에게 도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상장기업들이 지배구조 정리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분할 공시는 예년의 2배 이상 늘어나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 사진=연합뉴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장기업들 사이에서 ‘기업분할’ 공시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총 38개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 ‘회사분할 결정’ 공시를 냈다. 작년 상반기의 경우 20개에 그쳤던 회사분할 공시가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들 기업 대다수는 ‘지배구조 개선’ 혹은 ‘사업부문별 독립경영 강화’ 등을 인적분할 사유로 제시했다. 이와 같은 경우가 예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분위기에 대응하려는 시도라는 데 다수 견해가 일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특히 대기업들을 향한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왔다. 당선 이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를 임명하고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를 임명함으로써 경제민주화가 단순한 공약(空約)이 아니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20대 국회 출범 후 경제민주화 법안이 연이어 발의된 것도 중요한 변화였다. 현재 자사주에 분할회사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과 인적분할시 자사주 처분 의무화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상정된 상태다. 

현행 규정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도 신설 회사의 신주를 배정하고 있다. 지주사 오너가 신설 회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와 같은 ‘자사주의 마법’은 더 이상 시장에서 통용되기 힘들 전망이다. 법안 통과 이전에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이유다.

이번 달 들어서만 코스피 상장기업 중 BGF리테일, 동아타이어공업, 케이씨텍 등 3곳이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15일 임시주총을 열어 기업분할 계획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한화테크윈은 내달 1일 0시를 기점으로 4개사로 분사된다.

결국 새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분위기가 증시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기업분할이 해당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지주회사 전환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 인적분할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96%의 기업의 분할 후 합산 시가총액이 분할 전보다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배당성향도 평균 2배 이상 높아져 주주들의 이익이 증가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역대 최다 인적분할 발표가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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