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마포 만리재 산마루 교회 시작…이주연 목사 "마음의 병이 문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고독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버림받아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에서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모든 이에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실패로 끝나면 인생도 실패한 것이지만 다시 일어선다면 성공한 것이다. 누구든 마지막에 일어서면 성공한 것이다."

2006년 8월 마포 만리재 산마루교회의 성경공부에 처음으로 찾아왔던 노숙인들에게 이주연(61) 담임목사가 들려준 말이다.

그때부터가 노숙인 사역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2~3년 넘게 출석한 노숙인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20명이 출석하게 됐다.

산마루교회에 다니는 노숙인들은 2009년 60~70명으로 거듭 늘어났고 2010년부터는 120명이 넘게 와 100석 규모의 예배당이 비좁아져 노숙인들을 위한 예배시간을 일요일 오전7시30분에 따로 마련할 정도였다.

앞서 이주연 목사는 대형교회가 아니라 작지만 강한 교회를 꿈꾸며 자신의 집 거실에서 예배를 시작했다. 대중에게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쓰기 시작한 '산마루 서신'으로 알려져 현재 26만명에 달하는 독자와 영성 편지를 나누고 있다.

이 목사에게 노숙인은 어떤 의미였을까.

노숙인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은 근로의욕 없이 게으르고 씻지 않아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낯선 사람이지만 이 목사는 이들에 대해 "당신들만 특별히 가혹한 운명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일반인도 마찬가지, 인생은 어차피 지구에서 잠깐 살다 가는 노숙인의 삶"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노숙인들은 돈과 밥만 필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행복을 이룰 수 있는 정신적인 지지와 영적인 힘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상실감을 덜며 자존감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이들에게 눈살을 찌푸렸던 일부 성도들에게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들어 "교회를 세우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찾아온 이들을 외면할 수 없고 일단 받아들인 뒤 해법을 찾자"고 설득했다.

   
▲ (좌)산마루교회를 섬기는 사람들. 우측 하단이 이주연 담임목사.(우)일요일 오전7시30분, 예배를 드리고 있는 이 목사와 노숙인들./사진=산마루교회 홈페이지 제공


이 목사가 이들을 위해 부여잡은 것은 공동체를 통한 자립과 교육이었다.

우선 이 목사는 2008년 봄부터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 자락에 '사랑의 농장'을 열었다. 하루 농사일을 도와주는 이들에게 일당과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오전7시부터 오후4시까지 힘들고 열악한 조건의 노동이었지만 낙오하거나 지각한 사람이 없었다.

농업폐기물과 생활쓰레기로 가득했던 1만m²(3500여평) 크기의 땅은 오이와 배추를 재배하는 어엿한 농장으로 거듭났다.

당시 이 목사는 이를 통해 노숙인이 일을 하기 싫어한다는 것은 편견이고 단지 노동을 감당할 체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농장 일에 참여했던 노숙인들은 보람과 건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또한 이 목사는 2010년부터 대학교수와 전문가 20여명을 강사로 초빙해 '산마루 해맞이대학'이라는 인문학 강좌를 열었다. 해맞이대학에서는 매 학기 25명의 노숙인이 문학과 역사, 철학, 영화 및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양을 쌓고, 개근자와 성적 우수자에게는 제주도 여행이라는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이듬 해 3월 이 목사는 '산마루 해맞이 선교회'를 발족한 후 경기 포천시 영중면에 독지가로부터 무상으로 임차한 1만2000평의 대지에 '산마루 해맞이공동체'라는 자활공동체를 꾸렸다.

   
▲ 산마루교회는 부암동 북안산 자락에 사랑의 농장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경기 포천 1만2000평의 대지에 해맞이공동체를 통해 노숙인들의 자활을 꾀하고 있다./사진=산마루교회 홈페이지 제공


해맞이공동체에서 노숙인들은 자율적으로 공동생활을 하며 농사를 지어 그 수익금으로 자활하고 있다. 단 이들은 교회 예배와 해맞이대학, 힐링클래스, 사랑의 농장 등에서 일정 기간 자기 회복과 농사 체험을 거쳐 참여하게 되어있다.

힐링클래스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시작한 집단상담 프로그램으로, 마음의 상처와 부정적 감정에 억눌린 노숙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목사는 "산마루교회에 더러운 모습이나 술에 취한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교회 공동체에서 회복된 노숙인들은 행색이 남루하지 않고 자립을 해 헌금도 하며 찬양대에 임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예배 참석자는 서울역에서 출발해 만리재 고개를 넘어온 사람들이지만, 멀리 부천이나 인천에서도 온다고 한다.

이 목사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몸으로 행하는 기도"라며 "노숙인의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자존감을 높여주면 자활의식이 생긴다"며 "생명을 정직하게 다루는 농사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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