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중단 여부에 대해 공론화위원회가 결정한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으나, 정작 공론화위원회는 출범 3일만에 결정을 위한 배심원단조차 구성하지 않겠다고 해 엇박자가 빚어지고 있다.

앞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24일 "공론화위원회에서 나온 결과는 그대로 정책으로 수용될 것"이라고 했으나, 이희진 공론화위 대변인은 27일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고 권고사항 정도로 마무리할 것"이라며 원전 건설 찬반을 위한 시민배심원단이라는 명칭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공론화위는 이날 시민배심원단을 따로 구성하지 않고 1~3차에 걸쳐 2만명의 관련 의견을 조사한 후 350명의 공론조사 대상자를 추려 의견 수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누가 공사중단 결정을 하느냐를 두고 공론화위의 이같은 발표는 최초 입장에서 달라진 게 아니다.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은 24일 출범식에서 "최종적 정책 결정은 정부 부처나 입법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관건은 신고리 공론화위와 시민배심원단에 대한 '법적 근거' 논란이 불거지자 "공론화위가 구성하는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던 정부 해명이 시작부터 책임 떠넘기기로 틀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공론화위는 입장 정리를 완전히 마치지 않은 상태다. 책임 떠넘기기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번지자 공론화위는 이날 2차브리핑을 열고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논의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론화위는 "찬반 결론을 안 내리고 합의 도출만 한다는 것은 전문가가 제시한 의견일 뿐이며 추가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공론화위에 내부 혼란이 여전하고 청와대 의중이 전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24일 출범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신고리 원전 1,2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공론화위는 김지형(59)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삼고 인문사회·갈등관리·통계·과학기술 등 4개 분야 2인씩 8명의 위원이 선임되어 24일 출범했으나, 당초 비전문성과 법적대표성 문제는 물론이고 원자력안전법 등 현행법 개정 없이 건설 중단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공론화위 '법적지위'에 대해 지난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라는 국무총리 훈령을 발령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는 대통령이나 공론화위에게 원전건설 중단 권한이 없다고 보고 있다.

국회를 통한 법개정이나 법적근거 없이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행정명령만으로는 원자력안전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원전의 '일반적 위험성'을 기초로 공사를 영구 중단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다.

향후 공론화위가 원전건설 중단 여부 결정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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