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 삼성전자 반도체 '글로벌 톱' 견인
24년 왕좌 내준 크르자니치 인텔…미래도 물음표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반도체 왕좌의 게임’을 벌이는 삼성전자과 인텔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특화 기술을 앞세워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인텔은 핵심 인재가 속속 이탈하는 등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양사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이 삼성전자와 인텔의 명암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전날 매출 17조5800억원 영업이익 8조300억원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기간 인텔은 매출 148억달러(약 16조5400억원), 영업이익 38억달러(약 4조2500억원)를 기록했다.

   
▲ 권오현 삼성전자 CEO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영업이익률에서도 인텔을 압도했다.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영업이익률은 45.68%였다. 이에 비해 인텔은 25.7%에 수준이다.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를 내준 것은 1993년 이후 24년 만이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 시장에서 정상에 등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때문에 업계와 외신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가 25년 동안 군림한 인텔 시대의 막을 내리게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1위를 한다면 모든 반도체 기업에 기념지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1위 등극은 시장 환경과 기업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메모리 시황이 너무 좋았다. 이 같은 결과가 크게 반영됐다”라며 “삼성전자의 투자 효율성과 초격차 기술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상승세가 최소 올해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영업이익도 3‧4분기에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관측된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서도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우선 양사 CEO의 전략과 방향성에서 삼성전자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부품(DS)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인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핵심 역할을 하면서 성장을 이끌고 있다. 

권 부회자은 세계 최고수준인 메모리 반도체의 지배력 유지와 함께 지난 5월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시키는 등 시스템LSI의 경쟁력까지 확대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평택라인을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등 미래 반도체 시장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인텔 CEO /사진=인텔 제공

이에 비해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인텔의 미래에는 점차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우선 그동안 인텔을 지탱해온 핵심인력이 속속 회사를 이탈하고 있다. 

최근 인텔의 수석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자 프랑수아 피에노엘이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에노엘은 20년 동안 인텔에서 CPU 핵심 프로젝드를 담당해온 인물이다. 앞서도 수십년 동안 인텔에 몸담은 수석 부사장들이 회사를 떠났다.

20년 이상 CPU시장를 쥐락펴락한 인텔은 최근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바일 칩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고, 경영환경이 악화 되면서 구조조정까지 실시했다.

일부에서는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인텔 CEO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웨어러블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는 등 방향성과 경영사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CPU 시장에서도 인텔은 AMD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크르자니치 CEO는 2013년 5월부터 인텔을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술 발전과 시장 변화 속도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라며 “특히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우 투자와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등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CE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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