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본 정책 유지…유연성 확대 기대
'상생‧고용' 정부-재계 관계 가늠좌 전망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번째 공식 만남을 마무리한 재계가 정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재계는 큰 틀에서 새 정부이 경제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소통을 통해 일정 부분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27~28일 이틀 동안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15대 그룹 대표단 간담회 당초 기대보다 폭넓은 대화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차 주요기업인과의 간담회 겸 만찬에 앞서 '칵테일 타임'을 열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상의회장 등과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맞춤형 질문을 던지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했고, 기업인들도 ‘상생’과 ‘일자리 창출’ 계획을 설명하며 화답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정부에 갖고 있던 막연한 불안감이 다소 해소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참석자들도 ‘뜻 깊은 자리’ ‘소중한 시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의 기업정책에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과 새 정부가 강조해온 ‘재벌개혁’과 ‘지배구조개선’ 등의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들은 정책적 뒷받침을 통한 경영환경의 유연성 확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2차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새 정부에게는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에서 끌어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도 발표했는데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사람중심 경제를 목표로 일자리중심·소득주도·공정경제·혁신성장을 그 방향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혹시 이 패러다임 전환이 경제와 기업에 부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며 기업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는 새 정부 기업정책의 기본 방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차 주요기업인과의 간담회 겸 만찬을 위해 기업인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문 대통령,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최태원 SK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황창규 KT 회장, 허창수 GS 회장.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재계의 ‘일자리 확대’와 ‘상생’ 노력이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정부의 메시지가 뚜렷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뉴 선정부터 중견기업인 오뚜기 초청까지 대통령의 의중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27일 간담회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갓뚜기’를 언급하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정규직이 거의 없는 고용과 정직한 상속, 사회적 공헌 등도 거론했다.

28일에도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걱정하는 군산 조선소도 조금 어려움 참고 견디다가 2019년부터는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조선산업 힘내라고 박수 한번 칠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 문 대통령과 정부는 기업들의 ‘고용확대’와 ‘상생노력’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 기업들은 채용을 확대하고, 협력사 지원 강화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조단위 투자계획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정부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계가 주목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관련 정책은 정부 방침대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단 기업들의 자정 노력을 지켜볼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우선 이번 간담회는 대통령과 재계가 소통의 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대통령의 메시지가 명확한 만큼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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