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P2P 금융 가이드라인'이 시행 3개월 만에 P2P금융업계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2P 대출 상승세가 멈춤으로써 한국의 P2P 산업이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P2P(개인간 거래) 시장의 위축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누적 대출액 현황은 1조 2092억원이다. 이는 전월(1조 1163억원) 대비 약 463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 사진=연합뉴스


증가세라는 점에서 일견 성장세가 지속되는 것 같지는 문제는 ‘속도’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P2P 금융 누적 대출액은 월 평균 1158억원 정도씩 급증하는 추세였다. 그랬던 것이 460억원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증가율로 따져도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월 평균 15.5%로 늘어온 대출액은 7월 들어 4.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외부 변수 없이 이처럼 명확한 하락세가 야기되기는 쉽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 5월 하순부터 시행된 ‘P2P금융 가이드라인’이 그 변수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당국의 ‘규제’가 산업의 위축을 가져왔다는 해석이다.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투자자 보호’에 있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은 ‘1년에 한 회사당 1000만원’으로 투자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P2P 금융은 아직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고 투자 만기 전에 돈을 빼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므로 불가피하게 강력한 규제 장치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은 ‘업계 위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거짓말처럼 뚝 떨어진 누적 대출액 속도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적어도 기타 금융 선진국만큼의 규제 정도로 상황이 완화되길 고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P2P금융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에게 아무런 투자 한도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대신 대출 채권에 대해 정확하고 세세하게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중국도 대출한도만 규제하고 있을 뿐 투자자를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영국은 P2P 중개 회사의 자본금 등 인가 관련 사항만 규제를 하는 상황이다. 이들 선진국의 작년 P2P 금융 규모(신규 대출액 기준)는 한국에 비해 100배~200배 정도 크다.

선진국 사례에도 불구하고 우리 금융당국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당국 한 관계자는 투자자까지 규제하고 있는 현재 가이드라인에 대해 “P2P금융협회 회원사 숫자가 50개가 넘는 상황”이라면서 “기업당 1000만원이라는 투자 한도가 있다 해도 이론적으로 5억원까지 돈을 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기업당 1000만원이라는 ‘쇠사슬’을 달았으면서, 투자자들더러 리스크에 관계없이 분산투자를 하라는 건 전형적인 탁상공론 사고방식”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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