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이케아 베스트셀링 철제 서랍장 등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 판매...'디자인 기업' 무색
   
▲ 한샘이 판매하고 있는 6단 철제 수납장./사진=한샘몰
   
▲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헬메르' 서랍장./사진=이케아 홈페이지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2014년 세계 최대 가구기업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올 때 국내 가구 기업들은 모두 긴장 모드였다. 누구는 이케아의 진출을 막기 위해 애쓰기도 했고 자포자기한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한샘은 이케아 진출에 차근차근 준비했다. 이케아가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다는 약점을 한샘은 도심 내 직영점을 확장하며 맞섰다. 이케아가 가구를 직접 배송 및 조립해야한다는 불편함을 한샘은 오히려 고객 서비스 만족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한샘은 이케아의 한국 진출 이후에도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3년 1조원 매출을 달성한 한샘은 어느새 2조원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한샘은 이케아와 차별화 전략을 펼쳐 성공했을지 모르나 '디자인' 면에서는 유사한 제품을 내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한샘은 자사 인터넷 쇼핑몰인 한샘몰을 통해 '재크 철제 무빙 트롤리'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이케아의 '라스코그(RASKOG)'라는 제품과 거의 똑같다. 이 제품은 이케아의 인기 아이템 중 하나다.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샘은 이케아의 '헬메르(HELMER)'라는 서랍장과 거의 똑같은 철제 서랍장을 판매하고 있다. 이케아의 베스트셀링인 'PS'철제 수납장과 비슷한 제품을 한샘몰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샘은 '재크 스틸 시리즈'라는 기획전까지 진행하며 이 제품들을 노골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한샘에서 판매하는 수많은 제품 중 이케아 제품과 유사한 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물론 이케아 제품을 카피해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은 여럿 있다. 하지만 매출 2조원을 내다보는 국내 1위 가구 기업까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 한샘에서 판매하는 재크 철제 무빙 트롤리./사진=한샘몰
   
▲ 이케아의 '라스코그' 제품./사진=이케아 홈페이지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 많은 가구 기업들은 이케아 제품들을 알게 모르게 카피한 적이 있다.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라는 기업과 제품들을 잘 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에도 이런 일들이 지속되고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문제라는 본다. 거기다 한샘은 2014년 '디자인 기업'을 선언하고 이를 총괄할 최고디자인경영자(CDO)로 권영걸 당시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를 영입하지 않았는가. 

창업자인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도 디자인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원서동에는 한샘의 상징과도 같은 디자인센터 'DBEW'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한샘은 자사의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에 있다고 수없이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기업에서 경쟁사의 베스트셀링 제품을 노골적으로 카피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한샘은 제품 판매와 매출에만 열을 올리기보다 다시금 '디자인 경영', '디자인 기업'에 대한 고민을 할 때라고 본다. 제발 다른 기업기업들도 카피 많이 하지 않느냐고 말하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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