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혁신, 총수 '고독한 결정'의 결과
경영공백 장기화, 불확실성 확대 불가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삼성의 경영 공백이 길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총수의 부재에도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도 있으나 경제계 전반에서는 "총수의 '고독한 결단' 없이 지금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8일 오후 사내게시판을 통해 "경영진도 참담한 심경"이라며 "임직원 모두 상심이 크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 2월 구속 수감된 이 부회장을 대신해 대외활동을 담당해 왔다. 그는 "지금 회사가 처해 있는 대내외 환경은 우리가 충격과 당혹감에 빠져 있기에는 너무나 엄혹하다"며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 되면서 삼성의 경영 공백이 길어질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총수 부재 장기화…'실적 부진'·'브랜드 타격' 불가피

이 같은 권 부회장의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재 반도체 호황에 갤럭시 시리즈 선전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리더십 부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속 성장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가 거둔 영업이익 14조700억원이라는 사당 최대 실적은 "총수가 없어도 시스템이 잘 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 "수년 전 이 같은 호황을 내다보고 투자와 기술개발을 감행한 총수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제신용평가도 삼성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피치는 "최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전략적 결정과 중요한 투자가 지연돼 장기적 위험을 증대시킬 것"이라며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삼성의 성공을 가져온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지연시킬 수 있고, 다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P도 "장기간 리더십 부재가 이어지면 삼성전자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수․합병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도 지연될 수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산업 특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 '혁신', 총수 '고독한 결정'에서 나온다

삼성은 이 부회장 출소 전까지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계열사 별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이에 학계에서는 삼성의 전문경영인 체계는 우수하다고 안심하면서도 "전문경영인과 총수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갖는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삼성의 '대리인 실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의 중·장기 전략, 계열사 간 협력은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맡아왔다. 전문경영인과 사업부장은 해당 전략에 맞춰 경영실적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 전문경영인이 총수의 역할까지 해내야 하는 '비상사태'에 이르렀다.

   
▲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출소 전까지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계열사 별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막중해졌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각 계열사에 특화돼 있는 전문경영인이 삼성 전체를 아우르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며 "각 계열사에서 독자생존을 모색하다가 내리막길을 걷는 사례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분이 많이 확보되지 않은 전문경영인이 먼 미래를 내다보고 기업의 불필요한 부분을 팔거나 정리하기 힘들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 원장)는 "전문경영인은 투자 결정에 대한 실패를 책임지는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때문에 단기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투자에 있어서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오너 역할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는 "기업의 '혁신'은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의 결과인데 그 뒤에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며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그 위험 부담을 온전히 안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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