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공동체 의식‧국민성 회복…'아이 낳고 싶은 나라' 만들어야
'고령화'는 우리 사회와 경제가 짊어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입니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출산율이 줄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노동인구 감소로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등 100세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시니어 관련시장이 급속히 팽창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노인층이 늘고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의 고독사 등 사회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미디어펜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현실과 문제점을 되짚고, 발전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주>

[MP기획'동행'-고령화시대④] 일본은 고령화 시대를 어떻게 극복했나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일본은 한국의 미래다."

수많은 경제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이 하는 말이다. 일본은 언제나 한국이 갖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10년에서 20년 정도 먼저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일본이라는 ‘선행사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힌트를 얻고 그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노력을 이어갈 수 있다.

   
▲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사진) 집권 이후 경제성장과 출산율 모두에서 상황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경험한 문제로는 ‘고령화 사회’ 이슈가 있다. 선진국들이 예외 없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일본에서는 유아용 기저귀보다 성인용 기저귀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

한 나라의 부가 증대될수록 출산율이 떨어지고 그 사회의 평균연령이 급상승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드 부크홀츠는 최근작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에서 이 현상을 ‘번영의 패러독스’라고 표현했다.

나라의 경제사정이 나아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상황이 안정될수록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스스로의 인생을 즐기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문제를 정확하게 겪었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로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현상을 ‘인구절벽’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본 사회에서는 조금 다른 조짐이 포착된다. 작년 봄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5년 일본의 합계특수출생률은 1.46을 기록했다. 합계특수출생률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숫자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합계출산율’이라는 용어를 쓴다.

2015년 합계출산율 1.46이 의미 있는 것은 2005년의 1.26보다 무려 0.2포인트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낮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되돌릴 길이 없어 보였던 일본의 고령화 사회 패턴이 역전될 수도 있다는 희망은 유의미한 것이었다.

덧붙여 일본의 경제성장률 또한 나쁘지 않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의 2017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1.6%에 달할 것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조정된 것으로, OECD가 일본의 경제상황이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일본은 지난 2분기에만 경제성장률이 1.0%를 기록해 OECD 국가 중 10위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은 같은 기간 0.6% 성장에 그쳐 18위를 기록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일본이 고령화 사회의 덫에서 조금씩 벗어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일본의 부활에 대해서도 다양한 잣대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부활’이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기 들어서 가시화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각이 일치한다. 결국 아베 신조 정권의 전략을 정확히 공부해야 한국 역시 적합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흔히 한국인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극우’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른바 ‘보통국가론’을 기치로 내걸고 개헌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서로 칼을 겨눴던 미국이 일본의 우군 역할을 하면서 한국인들의 반미(反美) 감정마저 자극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베의 이와 같은 전략에 대한 가치 판단은 잠시 미뤄두더라도, 이 전략이 일본의 ‘공동체 정신’을 자극해 일본인들을 단결시켜주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쉽게 말해 아베 신조 집권 이후 일본인들이 파편화된 대중(mass)에서 일본인(日本人)으로 자기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나라의 국민들이 애국심을 가질 때 그 사회의 출산율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일본인들이 ‘잃어버린 20년’의 질곡을 깨고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데에는 결국 이러한 저간의 사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반면 최근 한국에서는 ‘헬조선론’이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지옥(hell)의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거둬낸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지옥’에서 살고 있다는 자조를 하고 있다. ‘헬조선’ 이전에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인기를 끌었다. 살기가 너무 팍팍해서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가 등장했다는 의미다.

헬조선에 사는 삼포세대가 자신의 불행을 후손에게 대물림하리라고 기대하는 건 순진한 발상이다. 그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해도 한국의 출산율이 바닥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 – 즉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공동체 정신의 결여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시 토크 부크홀츠의 말을 들어보자.

“오늘날 부유한 나라들이 ‘국민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결국 분열되고 말 것이다. 또한 그 나라의 이름은 이 세계에서 사라지고 후손들이 퀴즈 프로그램에서 맞힐 정답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