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법 해석...장기적으로 신입 직원 채용 축소 등 부작용
   
▲ 파리바게뜨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21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소속의 제빵기사들을 '불법파견'근로자로 간주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 파장은 동종 프랜차이즈 업계 뿐 아니라 용역업, 제조업체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단기적으로 '정규직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력 파견업체 피해 및 신입 직원 채용 축소 등 부작용도 따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파리바게뜨의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소속의 5378명 제빵기사들을 '불법파견' 근로자로 간주하고 파리바게뜨 본사의 직접 고용을 지시했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부로부터 공문을 접수한 날로부터 25일 이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뿐 아니라 사법 절차도 병행해서 진행된다.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대표와 회사는 징역 3년 이하, 벌금 3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과태료는 약 530억원이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본사인 SPC그룹은 5378명은 본사 정규직보다 많은 규모이고 과태료 역시 파리크라상이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 664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라 감당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SPC그룹은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을 살펴보면 먼저 파리바게뜨는 11개 협력업체와 협정을 맺고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을 교육, 훈련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가맹점주와 도급계약을 맺고 제빵기사들을 공급한다. 가맹점과 협력업체간 도급 계약이다. 그러나 고용부는 이들 제빵기사가 실질적으로는 가맹점 본사인 파리바게뜨의 직원이라며 불법 파견으로 판단했다.

파리바게뜨가 본사가 협력업체들과 제빵기사의 채용·평가·임금·승진 등에 대해 기준을 공유하고 파리바게뜨 소속 품질관리사들이 제빵기사에게 업무 지시를 해왔다는 것이다. 

도급법상 원청사업자는 도급 근로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등 근로감독을 할 수 없다. 근로감독을 한다면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사례를 도급 계약을 가장한 본점의 제빵기사 불법파견으로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등 업계에서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우선 도급 계약이 협력업체와 가맹점주 사이에 체결된 것이고 파리바게뜨 본사는 제3자라는 입장이다.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게 지시를 하는 것인데, 불법파견 논란의 책임을 제3자인 본사가 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 제빵기사 근로 과정에 개입했다고 해도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가맹사업법 제6조 제4호에 따라 가맹본부가 제시한 품질기준을 가맹점주가 준수하지 못할 경우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용역 등을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또 제빵기사 소속 협력업체에 파리바게뜨가 제공한 인사기준 등도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고 파리바게뜨는 반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본부는 상품과 용역의 품질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직원을 교육·훈련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고용부는 파견법상 이를 불법으로 판단했다"며 "현실에 적용하기 힘든 애매모호한 법 조항 때문에 일상적인 업무 관련 대화조차 불법파견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제빵기사가 본사 소속이 된다면 가맹점주는 본사 소속 제빵기사에게 어떤 지시와 요구를 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규직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책을 내세운 현 정부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확대와 더불어 또 하나의 '경영 리스크'가 부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장기적으로는 인력 파견업체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신입 직원 채용 축소 등의 부작용도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라며 "현행 파견법상 제빵업무는 인력 파견 가능 대상 업종이 아니며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 본사와 가맹점주가 도급 계약을 맺는다고 해도,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면 불법 파견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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