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이미 충분히 예상된 리스크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단, 해외증시 추이와 다른 변수에 따라 회복은 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30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전격 인상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것이기는 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채권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100명 중 82%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상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무려 6년 5개월 만이지만 실제 사건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타이밍에 찾아온 셈이다.

그럼에도 이날 오전 코스피 지수는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는 전일 대비 10.68p(-0.43%) 내린 2502.22로 개장해 결국 2500선 밑으로 내려갔다. 코스닥 지수 역시 780선을 다시금 내주는 모습을 보이며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뚜렷해 기준금리 인상이 ‘리스크’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보다 심층적으로 보면 이날 증시 하락은 금리보다는 해외지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간밤 뉴욕증시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103.97p(0.44%) 상승한 2만 3940.68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장중 2634.89까지 올라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결국에는 전일 대비 0.97p(0.04%) 내려간 2626.07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종합지수의 경우는 전날 보다 87.97p(1.27%)% 하락한 6824.39로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가 내려가 국내 증시가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 증시를 이끌던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 관련주, 카드 업종이 하락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시장을 제외한 채권시장, 환율시장 등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편이다. 이를 고려하면 오늘 국내 증시가 받은 조정은 향후 기준금리 이외의 다른 변수들로 인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단,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이어갈 경우 다소 간의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이후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코스피는 IT가 주도하는 상승세를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대형 IT주의 시장주도력이 강화될 경우 과열양상을 보였던 코스닥은 단기 조정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를 사전에 피력했던 만큼 11월 금통위의 금리인상은 선반영됐다”면서도 “내년 추가 금리인상 여부가 변수이며, 만일 시장에서 형성된 한 차례 정도의 추가 금리인상을 뛰어넘는 신호가 나타날 경우 다소간의 마찰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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