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대다수 소비자가 외면…일몰 후 "다행"
입법조사처 "차별 금지하겠다는 입법 목적 달성"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단말기유통구조법이 지난 10월 일몰된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단통법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외면했던 제도였음에도 이와 상반되는 견해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해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제도 시행 이후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하고 되레 더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게 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소비자들이 모여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럼에도 입법조사처는 지난 4일 단통법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단통법의 핵심 입법목적은 이용자 차별 방지인데 지원금의 기준이 명확해졌고, 기존에 차별적 지원금이 집중되던 번호이동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택약정할인을 통한 최소보장 효과 등으로 이용자 후생에 개선된 영향을 미쳤다"며 "이동통신의 공적 영향, 국내 규제 연혁, 이용자 차별이 심화된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우리 헌법이 해석·판례상에서 금지하는 시장 규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자 차별 방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했으니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단통법 시행으로 모든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비싸게 사게 됐으니 그런 의미로 해석한다면 차별이 해소된 것은 맞지만 그것은 경제학적으로 해석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소비자들의 정보 역량에 따라 더 저렴한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단통법 이전에도 '보조금 규제'가 시장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놓았다"며 "보조금 규제를 풀지 않고 추가 규제인 단통법까지 얹으니 모든 소비자가 똑같이 비싼 값을 주고 휴대폰을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신사가 조건에 따른 가격을 제시하고,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라며 "이런 원리를 무시하고 똑같은 가격을 정해 차별을 없애겠다는 것은 '차별'에 대한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또 "해당 제도 시행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갔다고 할 수 없다"며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이 줄어 이동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늘었을지 몰라도,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것은 소비자의 후생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단통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일부 전자매장,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법 보조금'이 횡행한 것도 단통법의 부작용으로 꼽혔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거래하던 행위가 규제 강화로 인해 '불법'으로 규정됐다는 지적이다.

단통법 일몰을 앞둔 시점, 서울 구로구의 휴대폰 판매점에 근무하는 A씨는 "정부가 정한 보조금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 대부분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시행 기준보다 높은 보조금을 받아 휴대폰을 구입한 한 소비자는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보조금을 받으려는 노력이 단통법으로 인해 '불법'이 됐다"며 "단통법이 일몰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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