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지난해부터 지속 상승…정제마진 하락
원가 부담 증가 등으로 비정유무분 수익성 악화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유업계가 국제유가를 둘러싼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줄다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 대비 1.2% 오른 배럴당 63.55달러, 런던선물거래소에서는 브렌트유가 1.4% 오른 67.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최근에는 △미국 원유 생산 증가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의 감산 △세계 경기 회복 및 이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증가 등이 맞물려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84만6000배럴 증가했지만, 전날 원유재고량이 감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OPEC이 감산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것을 넘어 공급 축소 선택시 국제유가에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도 시장점유율 확대 및 중동산유국을 압박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늘린다면 가격변동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은 재고 평가이익은 늘리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적 개선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국제유가가 60달러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사진=한국석유공사


우선 정제마진 하락이 예상된다.

실제로 정제마진은 지난해 9월 첫째 주 배럴당 평균 9.9달러에서 이번달 7.4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4~5달러 수준은 아니지만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추가적인 마진 하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정제마진 1달러 하락시 분기당 200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미 지역에 불어닥친 한파 등으로 석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제마진이 지난달 대비 1달러 가량 늘어났지만 계절적 요인이 감소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이 발생하면 다시 정제마진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 에쓰오일 울산공장(왼쪽)·GS칼텍스 여수공장/사진=각 사


정유부문 대비 영업이익률이 높아 정유사들이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는 비정유부문은 국제유가 상승시 직격탄을 맞는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영업이익의 60% 가량이 비정유부문에서 발생했으며,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역시 3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화학·배터리 관련 투자 및 화학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석유 제품인 납사를 원료로 쓴다는 점에서 국제유가 상승은 원가 부담 증가로 이어지며,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제조하는 미국 업체들의 생산성이 증가해 공급과잉 등 실적 악화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리비아 송유관 폭발 등으로 볼 때 중동 정세 불안은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 상승폭이 석유제품 가격 대비 크면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비정유부문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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