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 철수시 발생할 리스크 감수 힘든 '소비자'
내수시장 상실시 경영정상화 계획 차질 우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한국지엠의 지난달 내수 판매실적이 전년대비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한국철수설이 불거지며 판매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한국지엠의 저조한 실적은 국내 시장에 제너럴모터스(GM)가 잔류를 결정 한다고 해도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 한국지엠의 지난달 내수 판매실적이 전년대비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사진=연합뉴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달 내수판매 5804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3% 대폭 감소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실적과 관련해 올 뉴 말리부와 더 뉴 트랙스 등 주요차종들의 신차효과 반감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차효과의 반감은 이미 진행 중이었던 상황이고 설연휴기간으로 영업일수가 줄었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실제 같은 기간 현대·기아자동차와 쌍용차는 각각 5%와 12%대의 감소폭만 바도 한국지엠의 판매감소 폭은 월등하다.

이에 공장철수 설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실적감소에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지엠이 언제 철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부담하며 차량구매를 하려는 국내 소비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 한동안 차량의 부품수급이 어려워 수리기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던 경험이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느껴지는 부담감은 더 컷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부분은 전체 완성차 판매량(2017년 52만대)의 75%에 달하는 수출 물량이지만, 나머지 25%에 해당하는 내수판매물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지엠은 현대·기아차에 이어 국내 3위 완성차 업체다. 지난해 국내 판매실적은 13만2377대였고, 2016년에는 18만대 이상을 국내에서 팔았다. 

하지만 GM이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와 신차투입을 통한 ‘한국 잔류’를 결정한다 해도 국내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자동차는 실물자산 중 부동산을 제외하고 가장 비싼 자산이다. 향후 제품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고, 처분 시 감가가 커질 리스크가 존재한다면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GM은 한국 정부의 자금지원과 노조의 비용절감 협조가 있어야만 한국지엠에 대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게 아니면 철수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아직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으며, 인원 구조조정에 내몰린 노조 역시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 지원과 노조의 협조가 이뤄져 GM이 한국지엠의 존속을 결정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 시장, 고수익 대형차량과 미래차 분야에 집중된 GM의 경영계획에 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정부 지원과 비용절감으로 잔류를 결정해도 새로 생산에 투입한 차종의 라이프사이클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시점이 되면 다시 철수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자금지원의 대가로 협상하기 나름이겠지만 GM을 잡아둘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물론 철수 이후에도 당분간은 A/S와 기타 서비스는 제공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마저도 힘들어 질 것이 당연하다. 부품역시 제대로 된 수급이 힘들어 질 것이고 중고차 시세역시 단종차량의 경우 큰폭의 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우려가 실적에 반영돼 지난 2월 판매량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역시 이를 큰문제로 인식해 워런티 연장, 잔가보상제, 가격할인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 역시 크게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이미 지난 대우차 사태 때 난처했던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있는 만큼 이번 철수설 역시 판매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철수설과 판매부진이 얽혀 한국지엠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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