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지금은 물건이 있으니까 팔지…나중엔 사려고 해도 못 사요”

   
▲ 가상화폐 채굴기/사진=미디어펜


용산전자상가는 어느새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변해 있었다.

채굴용 컴퓨터 구성에서 그래픽카드 연결을 위한 라이저카드(확장브라켓)가 ‘비트코인 채굴용’이라는 카피와 함께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가상화폐 채굴기를 가게 앞에 전시해두며 호객행위를 하는 가게도 적잖이 보였다. 

가상화폐 채굴기를 알아보기 위해 들어간 한 가게에선 비트코인보단 이더리움을 채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제안을 했다. 

가게 주인은 “채굴기를 돌려봤자 비트코인은 한 달에 1500~2000원 정도의 수익밖에 내지 못해 전기세도 못 건진다”며 “이더리움은 한 달 기준 0.5개 정도를 채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균적으로 채굴기의 가격이 400만~430만원을 호가하지만 없어서 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수치를 얘기할 순 없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채굴기를 구매하러 온다”며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채굴을 위해서는 고가의 그래픽카드(VGA)를 채굴기 당 적게는 4개에서 6개씩 꽂아야 하는데, 채굴기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그래픽카드 판매량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3월 3일까지의 그래픽카드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12월 첫째주 판매량 100을 기준으로 볼 때 12월 4째주 117, 1월 2째주 120, 3째주 123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1월 4째주부터 96으로, 2월 첫째주 85, 2째주 78까지 감소한데 이어 3째주에는 47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이후 4째주 97, 5째주(2월 25일~3월 3일) 106으로 반등했다. 

   
▲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라이저카드 판매 모습/사진=미디어펜


또 다른 컴퓨터 가게 주인은 용산 전자상가 대부분의 가게에서  암암리에 가상화폐 채굴기를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채굴을 위한 전기세까지 대략적으로 산출해주며 적합한 그래픽카드 모델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그는 “용산 전자상가에서 가상화폐 채굴기를 팔지 않는 가게는 없을 것”이라며 “가격대와 원하는 사양만 얘기하면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가상화폐 채굴용으로 지포스 그래픽카드 1070 6GB 모델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며 “그래픽카드 1080의 경우 사양은 좋지만 채굴을 하다보면 전기세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채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채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화폐 시장 이용자들이 거래소 뿐만이 아니라 채굴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채굴은 단순히 채굴기만 갖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지식도 함께 필요한 것"이라며 "용산 전자상가에서 채굴기 판매가 늘고 있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도 전문적인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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