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보단 규정 바꿔야…미국·유렵 등 소액결제 거부 권한 부여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앞으로 쭉 가면 ATM기 있거든? 현금 뽑아오면 더 할인해줄게”강남역 지하상가 가게 주인들은 고객들에게 몇 번 출구로 나가면 무슨 은행이 있다는 것까지 알려주며 현금 결제를 종용한다. 

실제 한 가게에선 요구대로 현금을 뽑아오자 가격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3만5000원이라던 물건은 카드결제 앞에선 3만7000원까지 늘어났다가 현금 결제에선 2만원 대까지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가게 앞에선 각양각색의 티셔츠가 ‘전부 1만원’이라는 표시와 함께 팔리고 있었다. 그 옆엔 원피스들이 ‘전부 1만5000원’으로 표기돼 있었다. 

다만 이는 모두 ‘현금 결제’를 했을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현금이 없어 카드 결제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1만원은 1만1000원으로, 1만5000원은 1만6000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 강남역 지하상가 모습/사진=미디어펜


강남역에 위치한 수많은 가게들 가운데 현금 결제가와 카드 결제가가 같은 곳은 손에 꼽을 만큼 존재했다. 일부 폰케이스 판매점과 일부 악세사리 판매점 등. 

카드 결제 차별에 대해 한 상인은 “카드 결제 하면 우리도 남는 거 없어. 지금 파는 옷들 가격 봐. 우리 진짜 마진 안 남기고 파는거라 카드 수수료까지 나가면 장사 접는 게 낫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것이나 현금결제보다 가격을 비싸게 받는 것은 모두 명백하게 ‘불법’이다.

여신금융법 제19조엔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 신용카드 거래거절 1회는 경고, 2회는 계약해지 예고, 3회는 신용카드 계약해지를 받게 된다.

반면, 일각에선 카드 결제를 거부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조건적인 단속보단 규정 완화를 통해 음성적인 시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속보단 규정을 바꾸는 것이 낫다"며 "미국이나 유럽 등의 경우 소액을 카드로 결제할 때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자영업자들의 경우 카드 수수료를 납부하고 나면 마진이 생기지 않는다"며 "지급수단 차별에 대한 규정을 바꾼다면 음성적 거래 방향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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