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삼성물산 합병 찬성 국민연금 적폐' 규정
엘리엇, 정부 의견에 가세 "손해배상 하라" 요구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손해를 입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 카드'를 꺼내들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은 적폐'라고 판단했던 것이 엘리엇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엘리엇은 2일 "대한민국 전임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배상과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압력으로 양사 합병에 찬성하게 하면서 삼성물산 투자자이던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엘리엇은 "2015년 합병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진 부정부패로 인해 엘리엇 및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관계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병을 둘러싼 스캔들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및 형사 소추로 이어졌고, 대한민국 법원에서는 삼성그룹 고위 임원,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에 대한 형사 재판 및 유죄선고가 잇달았다"고 말했다.

또 "한·미FTA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협정 위반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기로 약속했다"며 "전임 정부 및 국민연금공단의 행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엘리엇에 대한 명백하게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대우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선 엘리엇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는 분위기다. 법원에서 국민연금의 찬성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판결을 내놓았고, 정부 역시 이 사건을 '적폐'라고 규정하며 엘리엇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 삼성 로고./사진=연합뉴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되던 당시, 이에 반대하며 법원에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었다.

이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투자위원회를 개최, 12명 중 찬성 8명이 합병에 찬성했다. 또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는 출석 주주의 69.53%, 발행주식 총수의 58.91% 찬성으로 합병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2017년 초,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적시하면서 상황이 반전, 엘리엇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만약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엘리엇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 입증되면 삼성이 이에 대한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엘리엇이 얼만큼의 손해를 봤는지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주식에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엘리엇이 가지고 있던 삼성물산의 주식이 어느 정도 손해를 봤는지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정부는 엘리엇의 요구를 쉽게 받아줄 필요가 없고 법정에서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청탁으로 엮으면서 엘리엇이 피해를 본 것처럼 됐다"며 "이번 일은 결국 '자승자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반기업정서로 스스로 올가미를 맨 것에 대해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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