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1개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가능성 높아져 학교·학부모 반발 예고
[미디어펜=김규태 기자]4년간의 지역교육을 책임지는 6·13 교육감 선거에서 친(親)전교조 성향인 진보진영 후보들이 17개 시도 중 14곳을 석권한 가운데, 이중 10곳에서 위원장이나 지부장을 지낸 전교조 출신 후보가 당선됐다.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도입됐던 지난 2010년에는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2명 당선됐지만, 2014년 8명, 2018년 10명으로 늘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조희연 당선자는 이날 "사법신뢰 회복 차원에서 대법원과 정부가 전교조 문제에 대해 결자해지 해야 한다"며 "전교조 전임자 휴직과 관련해 전향적 조처를 했고, 그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전교조 전임자 휴직허가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장 전교조식 교육이 전국 초중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의 진보 교육감 당선자 대부분은 앞서 전교조가 주장해왔던 수시 확대를 비롯해 교원성과급제 및 교원평가제의 폐지, 방과후 자율학습 폐지·혁신학교 확대 등을 공약했다.

특히 이들의 주요 공약인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폐지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조 당선자는 "교육부와 협의해 엄정한 평가를 진행하겠다"면서 외고·자사고·국제중을 폐지하고 일반고교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는 "혁신학교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진보교육감들의 이러한 공약 제시에 따라 향후 전국 81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폐지 가능성이 높아져 이에 대한 학교·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들 학교들 중 설립목적과 달리 '입시 대비'에 초점을 맞춘 학교가 많아 각 교육청이 엄격한 평가기준을 적용할 경우 일반고로 전환될 학교가 상당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해당 학교들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한 후 교육감이 재지정을 취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 선발권을 폐지했고, 해당 학교에 지원하려는 현 중학교 3년생들은 불합격할 경우 원치 않는 일반고에 강제 배정될 수 있다.

경기 지역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장은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일반고와 이들 학교의 모집 시기를 동일하게 조정해 힘을 빼려는 것"이라며 "각 지역 교육감이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목적과 달리 운영된 학교로 판단하면 재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단 이를 통해 폐지를 밀어붙일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각 학교는 5년 주기로 운영성과 평가를 받아야 하며, 서울의 경우 2019년 자사고 13곳에 대한 평가가 예정되어있다.

민족사관고·상산고·현대청운고 등 전국의 자사고 이사장들과 학부모 등 9명은 지난 2월 운영성과 평가를 통한 교육감의 재지정 권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오세목 서울자사고연합회장은 이와 관련해 "정부 약속을 믿고 법령에 근거해 지금까지 자사고를 운영해왔는데 동의나 합의하는 과정 없이 일반고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 현직 진보교육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좌)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후보는 13일 열린 제7회 지방선거에서 각각 당선됐다./자료사진=(좌)조희연,(우)이재정 후보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