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법부 미온적 태도, 검찰수사 차질 우려" vs "사법신뢰 스스로 해칠수 없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양승태 사법부 당시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별도의 고발 없이 전면적인 수사협조를 약속하겠다는 취지의 후속조치를 내놓았지만 사법 불신에 대한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검찰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영한 선임대법관 등 현직대법관 13명이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사실무근이고 대법원 재판 독립에 관해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데 견해가 일치했다"며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더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혀, 최종적인 사법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관들이 검찰의 수사 착수 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법원 내부는 이번 재판거래 의혹을 두고 양 갈래로 나뉜 상태다.

고참 중견 법관들의 경우 대법원장이나 사법부 명의의 고발이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이고, 김명수 대법원장 또한 15일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의뢰 같은 조치를 할 수 없다"면서 검찰 고발 방안이 후속조치로서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반면 지방법원 단독판사 등 상대적으로 젊은 법관들은 사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 검찰로서도 수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법원의 한 현직판사는 이에 대해 "영장 발부 및 강제수사가 어려워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의혹을 기정사실화해 사법부가 사법신뢰를 스스로 해칠 수 없다는 입장도 상당하다"며 "김 대법원장이 적극적인 수사협조 뜻을 밝혔어도 고발하지 않겠다면 결국 공은 검찰에게 돌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 당사자나 시민단체들이 고소 고발한 사건이라 검찰이 조만간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영장재판을 맡고 있는 법원이 수사 착수 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대법원장이 섣불리 수사의뢰하지 않겠다고 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재판거래 의혹' 당사자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상고법원 추진에 반대한 사람이든 일반재판에서 특정성향을 보였던 법관이든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재판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며 "대법원 재판은 순수하고 신성한 것이고 남의 재판에 관여하고 간섭한다는 그런 이야기는 대법관을 비롯한 법관들에게 심한 모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 지시로 출범했던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또한 지난달 25일 3차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사법행정처가 거래시도 문건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판결 후에 취합했고 재판이나 판결에 관여한 정황이 없었다"며 "조사결과 뚜렷한 범죄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고발 등 형사조치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판결 동향 파악이 직무권한인지 모호하고 대법원장 직무권한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라고 인정하더라도 특조단이 피해 없다고 결론내린 상황에서 남용했다고 보기 힘들고 판결 성향을 사후검토한 수준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검찰 출신의 한 인사는 "행정처 행위가 부적절하다 볼 수 있지만 형사처벌 대상에 이르지 않는다"며 "행정처 판사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업무를 이행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 혐의가 인정된 것을 보면 문건 작성을 지시했을 경우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며 "행정처 사찰이나 거래문건 등 사찰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 자체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죄로 볼 여지가 다소 있다"고 보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사건 일체를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에 배당해 일괄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향후 검찰 수사가 순조롭게 이어져 분명한 결론을 낼지, 그에 따라 일각의 우려에 따른 사법 불신 여론이 잠잠해질지 주목된다.

   
▲ 양승태 사법부 당시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별도의 고발 없이 전면적인 수사협조를 약속하겠다는 취지의 후속조치를 내놓았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