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집권당인 여당이 포스코의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연금공단 카드를 내세워 최고경영자(CEO) 승계카운슬 절차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권의 연기금 압박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던 '단골 카드' 중 하나였지만 올해는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서울시 여의도 소재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스코 미래 50년을 위한 3차 긴급좌담회’를 개최하고 '승계카운슬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입을 모았다.

   
▲ 20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스코 미래 50년을 위한 3차 긴급좌담회'의 모습/사진=미디어펜


이날 여당 쪽 인사들은 시민단체 등과 함께 포스코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일부 비위 인사들이 포진,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CEO 선출에 입김을 불어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장에서 정휘 바른정의경제연구소 대표는 "중도 사퇴한 권오준 회장이 지난 6월 포스코 후보 추천 명단에 오른 A씨와 인천 골프장에서 회동을 가졌다는 내부 제보 등이 있어 후보 선정 과정에 투명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또한 "10년 동안 포스코를 거덜 낸 적폐 세력들이 다시 또 포스코를 움켜쥐려 하고 있다"며 "국민기업으로서 투명성과 그 공정함을 유지해야 할 승계카운슬이 전·현직 회장들의 이권과 후사를 도모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회장 후보 추천 없이는 승계카운슬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의 권리, 주주 행동주의,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거론하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경영권 개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국민연금의 경우 포스코의 지분 11%를 가진 최대주주라 경영권 개입을 행사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만큼 달리 생각하면 정권의 거수기 역할로 전략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조차 이 같은 이유로 이사회 의결 안건 등을 제외하면 그동안 경영권 행사에 소극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국내 상장기업 중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 수는 275곳에 달해 자칫 정부가 민간 기업의 경영 독립권을 헤칠 수 있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서 연기금의 주도 하에 회장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건 결국 정부의 입맛대로 민간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의도"라며 "포스코의 경우 외인 투자자 지분이 57.9%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연기금의 개입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 포스코 강남센터/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의 경우 공기업에서 민영화가 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주인없는 전 국민기업'이라는 명분 하에 매 정권 때마나 수난사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정한 지배주주 없이 전문경영인체제로 유지되고 있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CEO들이 중도 사퇴하거나 퇴진을 반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여당 측 인사들은 정권이 또 한번 포스코를 전리품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오보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간접적으로 개입할 의사를 밝혔다.

여당 관계자는 "역대 포스코 회장직이 정권의 전리품 역할을 했던 만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청와대와 여야당의 개입이 없다고 마음대로 승계 절차를 밟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이날 포스코는 '최고경영자 승계카운슬'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최종 면접 대상 후보자를 3명 내외까지 압축할 계획이다. 선발 후보자 명단과 관련해 포스코 측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겠다는 방침으로 최종 후보자는 오는 25일 이전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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