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정책 수정" 언급에 장하성 "소득주도성장 유지"…문 대통령 "경제팀 직 걸어야" 경고
[미디어펜=김동준 기자]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두 명의 사령탑은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대대적인 정책 수정과 사령탑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7일 통계청은 '7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8만3000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고작 5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폭이 1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만에 처음인 상황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주말(19일)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이날 자리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회의 모두발언에서 김 부총리는 "경제정책의 수정"을 언급했고, 장 실장은 "연말까지 가면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규제개혁을 위주로 한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과 장 실장의 '소득주도성장'이 공개석상에서 맞부딪힌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이미 김 부총리와 장 실장 사이의 불협화음이 들려온 게 처음은 아니었던 만큼 이제는 청와대가 상황을 정리해야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20일) 정례브리핑에서 "장 실장은 정부의 정책기조와 철학이 흔들림없이 간다는 점을 말씀하신 것이고, 김 부총리는 그 과정에 생길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 풀어간다고 한 말씀"이라며 "서로 같은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두 분이 하시는 말씀과 단어 하나까지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나"라며 "서로 접근하는 방식과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언론을 향해서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같은날 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는 고용위기 해소를 위해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영했지만 결과는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소득주도성장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혁신성장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야권을 필두로 한 정치권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기조의 전환과 장 실장의 퇴진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소속 의원들이 참여한 연찬회에서 소득주도성장 기반 정책의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말 대잔치'에 빠져들고 있다"며 "장 실장은 무슨 근거로 국민들이 체감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된다고 하는지, 밑도끝도 없는 생각을 그만 접어달라"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은 같은당 안상수 의원도 "소득주도성장이 일자리를 초토화하고 국가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임금과 고용형태를 시장의 자율에 맡기지 않는 반 자유주의적 정책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나 공정경제가 진척이 안된 상태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만 앞서가는 바람에 부작용이 커졌다"며 "(문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정책의) 속도나 순서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좌측)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