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 난항 속 구조조정 지속…숙련공 양성 지연…기술력 유지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업황악화의 영향으로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있는 조선업계가 올 하반기에도 채용을 재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숙련공 육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해양플랜트 수주 부진·자구계획 이행 등을 이유로 신규채용이 미뤄져 미래 인력을 길러내지 못하면 현재 생산라인의 주축이 은퇴하는 시점에서는 기술력 우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설계 및 연구개발(R&D) 등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는 통상 10년 정도의 경력이 쌓여야 하며, 배관과 취부부문도 각각 5~10년, 3~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육성기간이 짧은 것으로 평가되는 용접 역시 3년 가까운 근무를 거쳐야 숙련인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조선사들의 경영난이 해소되지 못하고, 이는 신규 채용 가능성을 더욱 낮춰 숙련공 양성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과 2015년 이후로 대규모 대졸 신입사원 공채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각각 2015년 하반기·2016년 상반기를 끝으로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

   
▲ (왼쪽부터)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전경·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사진=각 사


지난 6월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채용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대우조선을 비롯해 올 하반기 조선업계의 채용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며, 오히려 인력 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중공업의 직원 수는 1만584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으며, 삼성중공업(1만378명)과 대우조선(9960명)도 각각 10%·21%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플랜트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를 못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해양2공장(온산공장) 매각을 결정했으며, 지난 27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해양사업본부 내 유휴인력 200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업황 악화가 시작된 2015년 이후 네 번째로, 해양사업본부 소속 5년차 이상 직원 전원이 대상이다. 현대중공업은 잔여 근무기간 및 근속년수를 기준으로 통상임금의 최대 30개월 분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방침이다. 

또한 해양사업본부 소속 직원 1220명 대상 무급휴직 실시 신청서를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연차수당 및 휴가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 대우조선해양 서울 다동 사옥/사진=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은 중국·싱가포르 등 경쟁업체들에 밀려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수주에 성공해도 설계기간(1년 이상) 동안 공장 가동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 이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임금 반납 등을 시행하고 있는 삼성중공업도 올 연말까지 20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해야 하며, 대우조선 역시 싱가포르 업체와 경쟁 중인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로즈뱅크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할 경우 같은 기간 1000여명을 줄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숙련공이 감소하면 업황 회복시 이를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늦다"며 "LNG선을 중심으로 반등을 모색하고 있으나 올해 수주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추가 채용은 고사하고 인력 감축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 총 101척(84억달러)를 수주하는 등 올해 목표의 60%를 넘겼으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33척(36억달러)·28척(35억4000만달러)를 수주해 아직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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