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른미래 “조율없이 이뤄진 정상회담 초청…정략적 명분쌓기”
[미디어펜=김동준 기자]국회의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확전 태세다. 청와대가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 등을 초청하겠다고 했지만, 야권은 ‘조율 없이 이뤄진 명분 쌓기’라고 평가 절하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1일 윤영석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공개초청 전에 청와대와 당사자들 간에 사전조율이 전혀 없었다”며 “야당 대표들은 전날 남북정상회담 동행에 대해 청와대가 아닌 문희상 국회의장으로부터 전화로 전해 들은 게 전부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상회담 일주일 전에 이런 민감한 문제를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공개적으로 초청을 제안한 것은 지나치게 정략적인 행태”라며 “야당 대표들이 문 의장의 방북 제안에 불참 의사를 밝혔음에도 청와대가 방북을 제안한 것은 야당과 협력했다는 명분쌓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야당 대표와 의장단의 역할에 협의나 의제 조율도 없이 동행하라는 것은 행정부 수반의 정상회담에 야당 대표와 입법부 수장이 수행하는 모양새를 요구한 것과 진배 없다”며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동행 문제로 국론분열을 야기하기 보다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이정표를 만들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역시 의원총회를 열고 청와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손학규 당 대표는 “일요일 문 의장으로부터 정당 대표가 (남북회담에) 참석해 달라는 청와대로부터의 요청이 있었다고 전해 들었고, ‘그게 될 일이냐’라고 얘기했다”며 “분명히 안 간다는 입장을 전했고, 청와대로부터 정당 대표 동행에 대한 의견이나 제의가 전혀 없었던 상태에서 비서실장이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조금 언짢았고,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남북 간 의회 교류가 별도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논의 없이 이뤄진 청와대의 제안은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남북회담에 집중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김동철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제안을 보면서 이 정부가 야당을 보는 시각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다)”며 “‘남북문제에 여야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그 말의 의미가 정부와 여당의 어떤 결정에도 야당이 협조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바른미래당은 평양도 같이 안 가고 판문점선언도 반대하는 것을 보니 평화세력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냐. 비열한 정치공작”이라며 “민주당도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 정부의 대화 일변도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던 박주선 의원은 ‘삼권분립’을 거론하며 국회의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날(10일) 국회의장단은 청와대로부터의 공식적인 초청 이후 1시간여 만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삼권분립 국가에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는데 입법부의 수장이 특별수행 형태로 가는 것은 모양이 아니다”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박 의원도 “국회의장단이 대통령의 외교에 사실상 수행하고 박수치는 역할을 하러 간다면 헌법정신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국회의 채신, 권위가 어찌되겠나”라며 “여야 대표들이 동행하는 문제도 국내에 산적한 현안을 두고 (북한에) 가서 김정은과 악수하고 만찬이나 오찬 참여하고, 그 외에는 할 게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와중에 청와대는 국무회의를 거쳐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한병도 정무수석도 남북회담에 국회를 동행시키기 위한 설득 작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무수석이 국회를 예방하니 지켜봐달라”고 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정례회동에서 “더이상 정쟁화 하지 말자”며 국회의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논의를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반응을 되려 ‘정략적’이라고 규정하며 맞불을 놨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의 정상회담 초청에도 (야당은) 거부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주장과 행동”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 협력은커녕 오로지 정략적으로 반대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판문점선언과 관련해서도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3항에 따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법률적 절차이며, 야당에 ‘정치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 제출하는 게 아니다”며 “오늘 비준동의안이 제출되면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고, 남북회담의 성과를 충분히 검토해서 결론을 내리자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렇듯 여야가 다시금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판문점선언에 대한 논의도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미 야당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조건으로 내걸며 비준동의안의 외통위 상정조차 불투명했던 상황.

여기에 청와대의 남북회담 초청 논란까지 겹치면서 ‘협치’ 무드는 다시금 안갯속으로 빠진 형국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여야가 판문점선언을 놓고 정쟁화하지 않겠다고 합의하면서 잠시 잠잠해지나 했더니, 남북정상회담 초청으로 갈등이 재점화된 모양새”라고 평했다.

   
▲ 바른미래당은 1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에 앞서 결의안을 채택하는 문제를 논의했다./사진=바른미래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