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입은 직원 고객 환대, 온돌 객실도 보유...세계적 호텔로 커 나가기 위해 '한국적 정체성' 더욱 강조
   
▲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호텔 객실 침대 헤드 보드 벽지는 매화로 장식돼 있다. /사진=롯데호텔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글로벌 체인 호텔들이라 하더라도 그 나라나 도시 문화를 간직한 호텔들이 많습니다. 태국의 호텔들을 방문해보면 직원들은 두 손을 모아 '싸왓디-크랍'(안녕하세요)이라며 현지어로 인사를 할 때가 많습니다. 직원들의 유니폼도 타이실크라는 현지 소재로 많이 제작합니다. 베트남을 가더라도 호텔 직원들은 주로 '헬로우' 대신 '씬 짜오'라고 합니다. 직원들의 유니폼도 전통복장인 '아오자이'를 기반으로 제작할 때가 많습니다. 

이 호텔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최소한 베트남을 방문해 '안녕하세요'라는 베트남어 하나는 배우고 떠날 수 있습니다. 호텔이 단지 숙박시설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 나라나 도시 문화를 알리는 관광 상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에 있는 수많은 호텔 중 우리의 문화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자랑스럽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호텔들은 몇 개나 될까요. 안타깝게도 그런 호텔들을 찾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오히려 미국 문화를 반영한 호텔(그랜드 하얏트 서울), 미국인 군인 이름을 따서 지어진 호텔(워커힐 호텔), 일본식 호텔(신라호텔), 프랑스 컨셉 호텔(레스케이프호텔), 라스베가식 호텔(파라다이스시티) 등 서로 다른 컨셉을 자랑합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더 뉴욕 같아 보일 수 있을까, 파리 같아 보일 수 있을까를 경쟁하고 있는 듯합니다. 호텔 설계 단계에서부터 우리의 전통문화는 아예 배제한 호텔들도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롯데호텔은 그나마 우리의 전통미를 가장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호텔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를 들어서면 한복을 입은 직원이 정중히 고객들을 환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한복을 입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고객이 엘리베이터에 타서 문이 닫힐 때 정중히 인사를 하는 모습은 아직도 오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에는 한복을 입은 직원이 고객을 환대하고 있다./사진=롯데호텔

소공동 롯데호텔 거의 유일하게 한복 입은 직원 근무...'한국적 환대'

서울의 특급호텔 중 한복을 입은 직원이 근무하는 곳은 롯데호텔이 거의 유일할 것입니다. 과거 강남의 리츠칼튼 호텔(현 르 메르디앙 서울)에서도 한복을 입은 직원이 로비에서 근무했지만 리노베이션 이후 자취를 감췄습니다. 한복이 그 공간과 어울리는지, 예뻐 보이는지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전통복장을 입고 근무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한때 롯데호텔을 비롯한 롯데에 일본 기업 논란이 거세게 불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본에 넘어가 1948년 롯데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그 성공을 고국인 한국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한국에 롯데를 세워 사업을 전개한 것입니다.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가 한국에서 사업을 한 것이지 일본 기업이 한국에 와서 사업을 한 것이 아닙니다. 

자본이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 역시 신 명예회장과 관련된 것이지 일본 자본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나 임원 중에 미국 등 해외 국적을 지닌 채 한국서 사업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요. 이들에 비해 신 명예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적은 모두 한국입니다.         

롯데만큼 한국적인 것을 추구하고 한국미를 찾으려는 기업도 흔치 않습니다. 롯데호텔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롯데호텔 서울에는 한복을 입은 직원이 근무하는 거 이외에도 온돌마루 객실도 있습니다. 온돌마루 객실에 침대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전통 숙박을 재현하려는 흔적이 엿보입니다. 온돌마루 객실을 보유한 호텔은 롯데호텔이 거의 유일할 것입니다.

얼마 전 리뉴얼 오픈한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 타워에도 한국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체크인을 할 때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웰컴 드링크는 커피가 아닌 한국 전통차인 녹차(오설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고객에게 제공하는 다기도 광주요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호텔들을 다니며 커피잔이나 접시 브랜드를 유심히 보세요. 상당수가 일본, 독일, 프랑스, 태국 등 해외에서 넘어온 제품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도자기나 행남자기를 많이 납품받았는데 요즘에는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에 반해 롯데호텔은 한국산 제품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롯데호텔 서울의 페닌슐라 레스토랑에서 식사했을 때, 온양도자기 브랜드 식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도 있습니다.

또한 이그제큐티브 타워 로비에는 한국 작가인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 설치돼 있고 이상헌, 송현주, 백진기 작가 등의 작품 원본을 호텔 곳곳에 배치해 한국적 아름다움을 강조했습니다. 

여타 호텔들이 '오너의 취향'을 우선해, 값비싼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일관성도 없고 어울리지도 않게 배치해 졸부 느낌을 주는 것에 비해 롯데호텔은 최소한 그런 졸부 느낌은 없습니다. 오히려 롯데호텔은 오너가 그림이나 컬렉션에 큰 관심이 없어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서울의 온돌 객실인 '코리안스위트'./사진=롯데호텔

시그니엘 호텔에 온돌 객실인 '코리안스위트룸' 꾸며...침대 헤드보드 '매화'로 장식

롯데월드타워 상층부에 위치한 시그니엘호텔도 한국미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곳입니다. 시그니엘호텔 로비에는 못의 작가로 유명한 유봉상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또 전 객실 침대 헤드 보드의 벽지는 매화로 장식하면서 한국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시그니엘호텔에도 온돌 객실인 '코리안스위트룸'이 있어 침구와 가구, 다기 세트, 벽지 등을 한국적으로 꾸며 놨습니다. 또한 시그니엘호텔 욕실에는 한국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 바스티(bath tea)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바스티는 목욕할 때 욕조에 넣는 티로 녹차 성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투숙객들에게 목욕할 때도 전통미를 느껴볼 수 있도록 배려한 어메니티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롯데호텔이 무조건 한국적인 것만 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롯데호텔이 지향하는 바는 힐튼이나 하얏트, 메리어트와 같은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시그니엘, L7 등 다양한 세그먼트 호텔 브랜드를 만들어 다양한 고객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글로벌 체인 호텔로 성장하는 것은 돈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며 성공 가능성도 매우 희박합니다. 그 험난한 길을 롯데호텔은 가겠다는 것입니다. 

롯데호텔은 글로벌 체인 호텔을 지향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적인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오히려 롯데호텔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도 있는 듯합니다. 이런 당연한 것을 왜 서울에 있는 수많은 호텔들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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