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물량까지 관여하는 강성노조 입김
저생산·고임금 악순환 고리 끊어야
산업위기 공감해도 꾸준히 상승하는 임금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국내 자동차 산업이 '노조의 덫'에 걸려 좌초위기에 봉착했다. 

노조가 협의권을 남용하며 회사의 경쟁력확보를 위한 행보부터 생산물량까지 딴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재 같은 고비용·저효율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이 생존을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 국내 자동차 산업이 '노조의 덫'에 걸려 좌초위기에 봉착했다. /사진=미디어펜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올해 내내 노조 리스크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꾸준히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고비를 넘길 때 마다 노조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며 회사경영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한국지엠 노조원들은 인천 부평 본사에 있는 카허카젬 사장실에 들이닥쳐 난동을 부렸다. 노조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지엠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정차)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성과급을 제때 지불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최근에는 한국지엠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추진에 반대하는 노조가 간부 파업과 함께 청와대 앞 노숙투쟁 등을 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를 위해 첫걸음을 때려는 중요한 시점에서 노사갈등으로 재대로된 회생절차도 밟아보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이에 일부에선 한국지엠의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노조에 발목잡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노조는 갑작스럽게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임단협 시즌이 아닌 시기에 현대차 노조가 갑작스런 파업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미국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량 조절을 요청하자 이에 반대하면서 시작된 파업이었다.

미국시장에서 세단의 인기가 줄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회사측이 물량증대를 요구한 것이지만 산업환경이 어려운 것에는 공감하는 노조가 추가물량 생산에는 파업으로 반대를 한 것이다. 일부노조원은 생산라인을 쇠사슬로 묶어가며 반대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관세폭탄 우려와 함께 글로벌 신흥시장에서도 판매가 부진해 현대차그룹의 핵심개열사 3사의 영업이익이 1조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 한국지엠 말리부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87년  노조설립이후 1994년과 2009~2011년 등 네 차례를 제외하고 오랜 노조 역사와 파업은 함께 해왔다. 이같은 노조 리스크에서 기아차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몇 년간 잠잠해 노사관계 모범사례로 꼽혔던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역시 올해는 파업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임단협이 올해는 자칫 해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노조의 강성행동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완성차 업체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최근엔 2년째 적자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쌍용차의 경우 정부의 압박과 노조의 반발로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119명의 해고자를 조기 복직시키며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밖에도 정부는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화같은 가이드라인으로 교섭 대상이 아닌 것까지 노조의 편을 들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같은 문제의 근본원인을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의 산업구조를 꼽고 있다. 내부적으로 높은 인건비에 낮은 생산성 등이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적인 요인으로 환율과 통상문제 등까지 맞물리며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임금은 글로벌 1~2위 업체인 토요타와 폭스바겐과 비교해 종업원 1인당 매출액, 영업이익, 생산성 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 하지만 1인당 평균 임금은 두 회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연간평균 연봉은 9072만원이다. 이는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평균 연봉 7961만원과 독일 폭스바겐의 7841만원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적인 요인까지 국내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고비용 저효율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국내 산업 전반에 악재로 돌아올 것이다"며 "산업의 생존을 위해 선진 노사문화 정착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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