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끄려는 정부 지원 약발 먹힐까
완성차 협력사, 거센 후폭풍 더 걱정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자동차 산업에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완성차 업계의 판매부진에 따른 실적악화가 부품사로까지 이어지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급히 자금투입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정작 부품업체들은 달갑지 않은 눈치다. 당장의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이후 역으로 빌린 자금의 할부금과 이자가 경영부담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 생기를 잃은 인천 남동공단의 공장전경 /사진=미디어펜


31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중견 부품사 100곳 중 31곳이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3.8% 줄었고,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났다. 

다음달 상장 부품사들의 3분기 실적이 나오면 줄도산 하는 부품업체들이 많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1차 협력부품회사의 매출액은 지난 2016년 기준 75조8000억원으로, 2012년 이후 정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판매 부진과 현지부품 조달 증가 등으로 2014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친환경차와 같은 신차종이 출시되고 판매비중이 늘어나며 기존의 일감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부품업체들에게는 악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1차 협력부품회사들 중 절반가까이 1회사에만 납품을 하고 있어 완성차 업체의 실적에 부품업체들의 실적역시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부품사들 중 가장 큰 회사에 속하는 타이어업계 중 한국타이어의 경우 그나마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저년 대비 15.0% 감소한 1846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타이어는 3분기 실적과 관련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 둔화로 인한 신차용 타이어(OET) 공급의 소폭 감소 및 미국 테네시 공장의 초기 가동 비용 부담 영향으로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 약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 생기를 잃은 인천 남동공단의 공장전경 /사진=미디어펜

업계에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경우 이보다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15%의 감소세를 보인 것과 달리 나머지 회사들은 이보다 판매망이 약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내부의 부품 계열 현대모비스도 3분기에 영업이익이 15% 급감했다고 공시했다. 현대모비스는 부품업체들 중 가장 덩치가 큰 업체로 현대모비스 마저 실적 악화를 기록 하며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수출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자동차 부품 수출은 2014년 전년 대비 2.1% 성장한 이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3.8% 감소했다. 5년 연속 수출 감소세가 유력한 상황이다.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가 다음달 부품사들을 대상으로 1조원 특례보증을 시행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품사 자금난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연말연초 문 닫는 곳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락은 은행 만기 여신 연장은 물론 회사채 발행까지 막을 수 있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급하게 자금을 풀어준다고 해서 좋아질 상황이 아니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고 싶어도 이자와 원금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어 "금액상으로는 큰 금액일지라도 수많은 부품사들이 나눠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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