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선고로 '국정농단 가해자' 누명 벗었으나 고난 연속
정치권·정부부처·시민단체 전방위 공격…삼성 설 자리 어디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수감 됐다가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 난지 300일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판결로 국정농단 가해자라는 누명은 벗었지만 이후 삼성에 가해진 공격이 끊이지 않으면서 또 다른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2년 전 결정을 번복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변경을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결론 내리면서, 이를 빌미로 이 부회장의 승계를 문제 삼으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구속된 후 53번의 원심 재판, 17번의 항소심 공판 등 총 70번 재판장에 출석했다. 

이후 지난 2월 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으며 구속수감 된지 353일 만에 ‘자유의 봄’이 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 대법원 선고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다만 출소 후에도 이 부회장의 행보는 여전히 고난의 연속이다. 집행유예를 선고를 받은 직후인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삼성 이재용 판결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삼성과 유착된 판사가 분명히 일부 있다”며 “최악의 판결’이라 주장했다.

당시 해당 토론회는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입법부의 행보는 사법부의 독립권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정치권 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정부 부처 간의 ‘삼성 저격’ 경쟁도 잇따라 계속되고 있다. 

공정위는 순환출자 해석지침의 유권해석을 바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라고 명령했고, 연일 삼성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내놓으며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도 중이다.

또 고용노동부는 “핵심기술이어도 공개해야 한다”는 방침으로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려고 해 논란이 됐었다. 국세청은 이건희 회장 차명 계좌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며 과징금을 부과케 한 바 있다.

이런 역사들이 쌓여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정부나 각종 기관들이 삼성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하거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 11건에 달한다.

최근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마음을 졸이고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는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변경을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결론 내린 것을 빌미로 이 부회장의 승계를 문제 삼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분식 회계의 출발점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있으니, 연관성만 입증되면 이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당초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 번복도 참여연대의 의혹 제기에서 시작돼 이들 간의 연대 의혹이 나오고 있다. 첫 감리 때부터 금감원과 참여연대가 같은 논리를 펴왔던 터라 이에 대한 의혹이 더욱 불거진 상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또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회계 규정 위반’이 아닌 ‘삼성 때리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동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달 27일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판단 적절한가’ 토론회에 참석해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정부 감독 당국은 2015년 당시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는 게 옳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더군다나 한국을 대표하는 3개 대형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판단을 받았고, 엄격한 회계적 검토를 거치는 상장 과정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던 사안인데, 뒤늦게 피감 기업을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몰아붙이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100대 기업에 유일하게 들어간 삼성이 국내에서 유독 뭇매를 맞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부투 중인 삼성전자의 종업원과 하청업체 수, 정부에 내는 법인세를 보면 한 기업이 우리 사회에 주는 파급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의 판단과 결정 방향은 개인의 것이 아닌 한국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을 활용하지 않고 창고에 가둬두는 꼴”이라며 “위대한 기업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미래에 이런 기업가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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