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위, 출범도 못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이달말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이 끝나 내년부터 이를 위반한 사업주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 탄력근무제 확대 등 보완 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범법 기업인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7월1일부터 직원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 52시간 근로 규정을 의무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산업현장 혼란을 우려해 위반 처벌을 6개월 유예했다.

이에 따라 계도기간 종료를 코앞에 두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하는 경제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야는 정기국회(9일) 종료를 앞둔 지금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측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의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며 상임위 논의 자체를 거부해 사실상 연내입법이 무산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경사노위 출범식에서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하겠다"고 발언했다.

민주당은 '경사노위 출범으로 당사자끼리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 또한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사노위에서) 가능한한 연내 논의를 끝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혀 올해 법안 처리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또한 민주당은 "현재도 3개월 이내에서 노사 합의로 기간을 조정할 수 있고 21개 특례 제외 업종의 경우 주 52시간 자체가 내년 7월부터 시작되는 등 과도한 염려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환노위원들은 이에 대해 성명을 내고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합의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말 한마디로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 했다"며 "기업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을 넘어 성장동력을 질식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당초 여야는 지난달 5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입법에 합의했고, 지난달 21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연내'로 법처리 시한을 못 박았다.

문제는 국회 환노위 파행으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등 일자리 관련법안의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장 1년으로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고, 바른미래당 또한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 없이는 다른 노동 관련법안 심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급한 민생법안들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공공기관 청년채용 비율을 3% 이상으로 규정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연말에 효력을 상실하면서 내년도 청년 고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7월부터 11월까지 계도기간 5개월간 접수된 근로시간 위반 신고는 60여건에 달한다. 이에 따라 처벌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신고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60명 채용한 근로감독관을 올해 452명, 내년 535명으로 증원해 근로시간 위반 사례가 늘어날 것을 대비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제도개선위원회'(노동시간위)에서의 탄력근로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노동시간위는 공익위원 인선을 두고 한국노총과 경사노위 간의 갈등으로 공식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조만간 출범한다 해도 경사노위에 불참한 민주노총과 참여한 한국노총 모두 "탄력근로제 확대는 과로사회 복귀이며 임금 삭감"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수용할 수 없다"며 "노동시간위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과로문제를 비롯해 포괄임금제 해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업종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은 (주 52시간의) 큰 틀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노동계도 대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길 바란다"며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계는 탄력근로 확대 입법 전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지만 고용노동부는 "실태를 파악한 뒤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로 생산주체인 기업의 활동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집중근로를 필요로 하는 산업 분야를 위한 탄력근무제 확대가 언제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 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측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의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며 상임위 논의 자체를 거부해 사실상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연내 입법이 무산됐다./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