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정책으로 원전사업 사실상 중단
계열사 지분 매각 등 자구책도 역부족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우리 팀 전력의 30%를 차지하는 주축선수를 뺏겼네. 마땅한 대체자원도 없는데."

한국프로야구(KBO) 두산베어스의 팬들은 최근 주전 포수였던 양의지가 NC다이노스로 이적한 것을 두고 이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리그 최상위권의 수비율과 도루저지율 뿐만 아니라 공격력까지 상승한 '공수겸장'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두산베어스는 박세혁·이흥련 등의 선수로 안방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올 시즌 대체 선수 대비 승수 기여도(WAR) 2위를 차지한 양의지의 빈자리를 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베어스의 주요 스폰서로 있는 두산중공업도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실상 중단 위기에 처하는 등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올 3분기 26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이는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자회사들의 선전에 따른 것으로, 두산중공업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85.5% 떨어진 60억원으로 집계됐다. 단기차입금도 상반기 기준 2조9643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65%를 넘어섰다.

   
▲ 두산중공업이 제주시 한경면 해상에 설치한 30MW급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사진=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과 가스터빈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전략이지만, 본격적인 성과가 나는데는 시간이 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전산업 지속가능성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두산중공업의 한 임원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전환을 시도한 협력사 대부분이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두산중공업은 5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한국수력원자력 등 정부와 소송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금융비용·기대이익·투자비 등의 이유로 1700억원 가량 의견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중단 기조를 만회하는 방안으로는 해외원전 수주가 있으나, 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자에서 제외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장비정비계약 및 사우디 원전 수주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체르노빌 사태의 기억으로 안전성을 강조해야 하는 원전 세일즈에서 자국 원전이 위험하다며 탈원전 정책을 펴는 것은 협상력을 저하시키고 경쟁국에게 이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예방정비에 1년 이상 소요되고 정비 후에도 오류가 발생해 다시 점검에 들어가는 등의 이슈도 언급되고 있다.

   
▲ 신고리 3·4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새울본부


핵무장 관련 옵션 제공(미국·러시아) 및 파이낸싱(중국) 등의 강점이 없는 한국의 경우 기술력을 토대로 한 '가성비'로 승부를 봐야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벨류체인이 무너질 경우 한국이 가진 유일한 강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규원전 건설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탈원전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두산중공업은 다각적인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올 초부터 두산엔진과 두산밥캣 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일부 사업부문(BG) 통합 등을 단행해왔으며, 임원 30% 가량을 감원했다.

또한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한 계열사에 400여명의 직원을 보내고 내년 1월부터는 과장급 이상 전 사원에 대해 순환 유급휴직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급휴직 기간 동안의 임금은 평상시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은 사의를 밝히고 사내 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여러분 곁을 먼저 떠나려고 하니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남겼다.

김 사장은 이어 "지금은 일시적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러분들의 저력과 두산의 지혜, 뚝심으로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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