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만 소상공인, '위헌명령심사 청구' 불복종 단체행동…현장 '해고' 바람에 영업시간 줄인 고용한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가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법정 주휴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을 포함하되 노사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 시간과 수당은 제외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을 의결하면서 고용한파를 예고했다.

정부가 각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하면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자체를 지급하지 않던 영세사업장은 물론이고 대기업마저 10.9%라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그대로 맞게 됐다.

시행령 개정에 대해 정부는 "30년간 해오던 행정지침을 명문화할 뿐 내용상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주휴시간을 최저임금법에 명문화하면 법 위반 사업자가 늘고 편법적인 '쪼개기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편법이었지만 처벌받지 않았던 주휴수당 미지급이 시행령 개정으로 불법이 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690만 소상공인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명령심사를 청구하겠다"며 '불복종' 단체행동에 나섰다.

일자리 현장은 전체적으로 영업시간을 더 줄이고 무인매장을 늘리는 등 최저임금발 2차쇼크로 '해고' 바람이 불어 아우성이다.

새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10.9% 올라 지난 2년 사이 최저임금 인상률은 29.1%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비 청소 파견 인력이 포함된 사업시설 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에서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13만명 줄었고, 두달 뒤인 11월에는 9만1000명 감소했다.

최저임금 영향을 강하게 받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도 올해 1~11월 월평균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1만9000명 감소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2월1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정례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올해 본격화된 패스트푸드 업체 매장 무인화는 내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KFC는 올해 전체 매장 200여 곳에 키오스크 도입을 마쳤고,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 또한 올해 보급률이 60%에 달한다.

편의점업계 1위인 CU는 심야 미영업 점포 비중이 올해 하반기 19%까지 늘어났고 이마트24는 24시간 영업점 비중이 1년만에 30%에서 25%로 줄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28일 성명서를 내고 "사업주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최저임금을 정해놓고 위반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은 처벌 만능주의"라며 "주휴수당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4∼20일 중소기업 3150개를 대상으로 '2019년 1월 중소기업경기전망 조사'를 실시했는데, 업황 전망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가 80.9로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에 대해 "정부의 과감한 경제노동정책으로 경제 심리가 위축되어 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은 조사에서 내수부진(60.2%, 복수응답)에 이어 인건비 상승(58.8%)을 가장 큰 경영상 어려움으로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년도 근로자간 실제 근로시간당 받는 최저임금 격차가 40%까지 확대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경연은 "시행령 개정안을 적용하면 약정휴일이 많은 대기업 근로자 중 일부는 시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해 법을 위반하게 된다"며 "약정휴일 2일 이상 기업은 모두 유노조 기업으로, 약정휴일 임금체계 개편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관측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 "노사간 의견이 균형있게 반영됐다"고 설명했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주휴수당 불복종과 함께 제2차 총궐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해놓고 오히려 주휴수당을 포함시켜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 주목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재조정과 최저임금 결정구조, 임금체계 자체에 대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