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신년 기자회견서 경제·성장·혁신 거듭 언급
"실제 정책엔 현장 애로·대안 반영되지 않는 듯"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35번, 성장과 혁신을 각각 29번·21번 말하고 다른 관료들도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저해하는 경제정책을 바꿀 의지가 보이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정치권·업계·학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소득주도성장은 포스트케인즈주의에 속하는 이론으로, 근로자의 소득을 높이면 소비가 촉진되고 이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을 추구한 결과 지난해 자영업과 도·소매업을 비롯해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서는 전년 대비 취업자 수가 18만명 감소하고 인건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해외이전을 선택하는 업체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악화되면서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지난 2011년 0.388에서 2015년 0.352까지 떨어졌으나, 2016년과 2017년 0.355로 악화됐다. 소득 5분위배율 역시 2011년 8.32(배)에서 2015년 6.91까지 낮아졌으나, 2016년 6.98로 반등한 데 이어 2017년 7.00으로 상승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규제개선도 끊임없이 언급됐으나 기업들의 체감도도 제자리걸음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2018년 기업환경 우수지역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자체 기업체감도 평균점수는 지난해 대비 0.1점 상승한 70.6으로, 2014년과 비교해도 1.3점 증가에 그치면서 같은 기간 12.9점 오른 경제활동친화성지수와 대조를 이뤘다.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및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축소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부가제품 개발 등 혁신을 주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부존자원이 열악하고 노동생산성도 낮은 현실에서 이같은 정책은 원가인하 기술혁신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제조업체들은 원유·철광석·리튬 등 국제 자원시장 동향에 따라 수익성이 갈리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제조법을 찾는 등 기술개발을 진행하면 제품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문 대통령이 이 법률의 공포를 의결하는 등 환경·안전 비용에 대해서도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 12월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투표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철강업계를 비롯한 '전통산업' 업체들은 그동안 국회와 정부를 향해 이미 온실가스 배출 관련 투자를 단행한 덕분에 추가적인 감축이 어렵고 해외업체들과 비교하면 배출량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으나,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온실가스 감축을 당부하기도 했다.

탈원전을 외친 독일이 실제로는 프랑스 등 인접국가의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량으로 수입한다는 것과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촉진한다는 이유로 추진되는 저탄소 정책의 근거가 없다는 발언 등은 듣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현장에서 애로를 호소할 뿐만 아니라 학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대안이 나오고 있음에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정부정책 기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이낙연 국무총리·성윤모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다른 정부관료들도 정책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얘기하고 있다"며 "업계와 소통이 되지 않는데 무슨수로 혁신성장이 이뤄지겠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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