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보완책으로 마련된 탄력근로제 확대
ILO 핵심협약 비준, '기울어진 노동시장' 감안해 신중 검토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통령 직속자문기구이자 노동정책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문성현 위원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탄력근로제·국제노동기구(ILO)협약 빅딜설'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양대노총이 촉구하는 등 이슈로 떠오를 공산이 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4일 문 위원장과의 간담회 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주고 받기' 통해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문 위원장은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개별사안으로 딜을 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민노총 등 노동계에서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선 탄력근로제 확대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위반·처벌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것에 대한 보완책으로 마련된 방안이다.

하지만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고용 유연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없고 사전계획을 세워 집행해야 해서 돌발적인 경영여건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현행 3개월을 6개월 혹은 1년까지 연장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사안이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ILO 협약 비준과는 그 궤를 달리 한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기존 국내법과 충돌하는 지점이 많아 노사관계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이를 감안하면 탄력근로제 확대와 맞바꾸기에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ILO 협약 비준에 대해 탄력근로제 확대 여부보다 합의하기 훨씬 더 까다롭다는 평가를 내렸다.

   
▲ 사진은 2018년 11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제1차 본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청와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일부 협약을) 비준한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부딪히는 조항의 경우 국내입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노사관행 등 노동시장 유연성이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 국내법과 충돌하는 것이 많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리해고가 일상회되거나 노동법체계가 불비되어 있어 근로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나라를 생각하면 경청할 여지가 있지만 우리나라 현실과 다르다"며 "ILO는 노동착취 등 최악의 근로상황을 가정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마련하는 등 노동 측면만 보는 단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논란이 되는 ILO 협약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간 공유할만한 접점 자체가 전무하고, 경사노위가 공개한 공익위원안이 노측 입장에 쏠렸다는 점이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지난해 11월20일 공개한 공익위원안에는 '해고자나 실업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도록 인정해야 한다'는 노조측 요구를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노조의 직장점거를 금지해야 한다'는 사측 요구안을 담지 않아 "공익위원이 맞냐"는 지적도 나왔다.

공익위원안은 해고자 실업자의 노조 가입과 5급 이상 공무원·소방관, 특수고용직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면서 현행 노조설립신고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 이를 목적으로 한 파업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겨 노조 편향적이다. 

출발선 자체가 다른 탄력근로제 확대와 ILO 핵심협약 비준은 비교할 수 없는 난제다.

탄력근로제는 주52시간제 의무화로 인한 보완책으로 당연히 확대되어야 한다.

ILO 협약 비준의 경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경직된 노동 유연성, 강성노조에 휘둘리는 경영 현실을 감안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