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제로페이요? 서울시 직원이죠?”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냐는 대답에 돌아온 다소 황당한 대답이다.

“여기서 제로페이 물어보는 건 서울시 직원밖에 없어요”

   
▲ 사진=미디어펜


제로페이 시행 한달을 넘긴 첫 주말, 서울시가 선정한 제로페이존 영등포역의 제로페이 결제율은 말 그대로 ‘제로’ 수준이었다. 

남성복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매장 주인은 “지난 한달간 제로페이에 대해 묻는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타 매장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제로페이가 가능한 대부분의 가게에 문의해 본 결과 손님이 직접 제로페이를 문의하거나 결제를 요구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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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하상가 손님인 20대 이모씨는 제로페이 사용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서울시에서 내세우는 소득공제율 40% 적용은 소비자들에게 큰 이목을 끌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로페이요? 그거 어플 따로 다운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귀찮아서 따로 해 볼 생각은 안해봤어요. 사용한다고 큰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소득공제도 큰 장점으로 다가오진 않아요”

손님들의 낮은 관심과 참여도로 인해 소상공인에게도 피부로 느껴지는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악세서리 매장 점원은 “고객이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거나 문의를 해야 소상공인들에게 이득이 있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누구도 제로페이를 통해 결제하려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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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보다 유동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등포역 내를 가보았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역내는 제로페이존보다는 ‘카카오페이존’에 가까웠다.

영등포역점에 위치한 매장의 직원들은 대부분 제로페이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결제 방법도 모르는 상태였다. 제로페이로 결제가 되는지 묻자 매장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로페이요? 주문이 가능하긴한데 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카카오페이로 결제가 가능하긴 한데…제로페이로 결제한 손님은 여태 한 분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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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의 가장 큰 차이는 무인 터치스크린 장비인 키오스크에서 나타났다.

롯데리아와 KFC 등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에선 빠른 주문과 결제를 위해 키오스크 결제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키오스크 시스템에선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로페이 결제를 위해선 계산대 앞까지 손님이 직접 가 따로 점원을 통해 주문을 접수해야만 했다. 빠르고 간편한 주문을 위해 패스트푸드점에 들린 소비자들이 이러한 불편을 감수할리 만무했다. 

반면 카카오페이는 키오스크를 통해 바로 결제가 가능해 타 결제방식과 다른 불편함이나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실제 한 패스트푸드 점원은 "한달 내내 제로페이를 묻는 고객은 단 한 명뿐이었다"며 "아르바이트생들 역시 제로페이 결제 방식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 업계 전문가는 심도있는 보완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세금을 낭비하는 정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가맹점을 유치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편의성과 인센티브가 모두 약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을 잠시 중단하는 한이 있더라도 심도있게 고민한 후 보완대책 마련해 사업을 진행 해야할 것"이라며 "편의성 제고와 부가서비스 혜택, 신용 공여 기능 등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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