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70% 이상 분양전환 신청 불구
‘매년 5% 인상’ 임대료 올해는 동결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부영주택이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를 조기전환하는 과정에서 낮은 감정가를 이유로 분양전환을 중단했다.

부영은 “분양감정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며 부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입주민들은“수익에 눈먼 꼼수에 불과한 결정”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영은 지난 17일 광주 첨단2지구부영사랑으로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분양전환 중단 안내문’(사진)이라는 제목의 공고를 전달했다.

부영은 해당 안내문에서 “감정평가 기준시점의 거래사례 발생 이전의 낮은 금액으로 거래된 사례를 기준으로 부당하게 평가됐다”고 전환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첨단2부영은 지난 2012년 분양한 단지로 부영이 이듬해 ‘10년 공공임대아파트’로 전환 후 6년 만에 분양전환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 부영주택이 광주 첨단2지구에서 낮은 감정가를 이유로 조기 분양전환을 중단했다. 사진은 부영이 지난 17일 게재한 분양전환 중단 안내문. /사진=미디어펜

임대주택법시행령(13조)에서는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입주민들의 거주 기간 5년(2분의 1)이 지나면 합의에 따라 분양전환이 가능하다. 보통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가격은 지자체 심사를 통해 감정가 90% 이하로 책정된다.

지난해 첨단2부영 아파트 분양전환을 신청한 세대수는 전체 73%(1300가구)로 전해졌다. 하지만 부영측이 감정가가 낮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절차를 중단해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부영측은 분양가가 낮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설명도 내놓지 않아 일각에선 “분양가 부풀리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부영은 지난해 광주 북구청이 진행한 감정평가 심의에서 주변단지 대비 1억원 이하 수준의 감정가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청에 따르면 첨단2부영 분양가 산정가는 103동~112동 등 6개동 평균 1억8000만원 초반, 101동~109동 5개동 평균가는 1억7000만원선으로 책정됐다. 32평형 단지는 2억4000만~2억5000만원선이다. 32평 가구 기준으로는 주변 단지 대비 1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당초‘건물 하자’를 이유로 첨단2부영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야 한다고 항의해 온 입주민들은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부영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부영 관계자는 “감정가가 낮게 나와 분양전환을 중단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임차인들이 싸게 분양하고 싶어하는 만큼 저희도 제값을 받아야 좋다. 다른 지역에선 분양전환가(감정가)가 상대적 높게 나와 입주민들이 오히려 거절한 전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임대사업자와 임차인간 분양가 조정 합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북구청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10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분양전환이 될 것이지만 시세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그 전에 양측이 적정 분양가를 조율해 분양전환신고서를 다시 제출한다면 조기 분양전환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은 아직 답보상태다. 부영은 현재 분양전환 중단을 선언한 이후 임대연장에 따른 하자보수 등을 약속할 뿐, 추후 협의 계획 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은 앞서 입주자에게 공고한 분양전환 중단안내문에서 “임대기간 중 하자는 지속적으로 보수의무를 이행하고 미처리된 하자 접수건 등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만 향후 계획을 언급했다.

이에 분양전환을 희망하던 입주민들은 남은 임대 기간을 더 채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부영이 올해부터 매년 5%씩 인상해오던 임대료를 동결한 점을 두고서도 임대 기간을 계속 연장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분양전환을 기다렸다는 한 입주민은“양측의 분양가 합의가 단시간 내 끝날 것 같지 않아서 다른 아파트를 계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영 관계자는 추후 임차인과의 합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어디까지나 양측(임대사업자 대 임차인) 간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임대기간이 남아있고, 분양전환 중단도 서로 입장이 맞지 않다면 결렬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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