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위험 사전 제거하는 안전환경 조성과 무관
발전비용 부담 증가…민간업체 폐업 위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설비점검 도중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씨 장례가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민주사회장으로 열리는 가운데, 당정 후속대책이 안전사고 예방과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5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김용균법)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갖고,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직무 2266명(2017년 6월말 기준 5개 민간업체) 전부를 공기업이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후속대책은 발전 공기업을 신설해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그동안 민간에게 맡겨온 운전 업무를 공기업이 직접 맡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관건은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등 고용 형태와 안전사고 발생 원인이 별개이고, 공기업·정규직화가 사고를 막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안전보건공단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한 달에 80여명씩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외주화로 인해 비정규직 하청근로자들에게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통계가 아니라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산재 사망자의 76.4%'라는 점만을 나타냈다.

산업재해 사망자 중 하청근로자 비중이 지난 2016년 42.5%에 달하지만, 위험작업을 원청 정규직 근로자가 하더라도 현장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사고는 불가피하다.

이번 김용균씨 사고의 경우도 사고 전 작업환경 개선 요구가 있었지만 이것이 무시됐고, 2인 1조 수칙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공기업을 신설해 정규직들을 수천명 고용할 경우 발전사 비용 부담이 민간에 비해 증가하고 기존 민간업체 일자리가 사라진다.

민간 발전업체들은 일감과 직원 모두 신설 공기업에 빼앗겨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당정이 밝힌 공기업 정규직화 대상은 5개 민간업체 2266명으로, 업체별 직원 대비 61%(한전산업개발)에서 94%(금화PSC)에 달하며 기존 공기업 5곳 정원(1만1800여명)의 19%다.

   
▲ 1월22일 열린 새해 첫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당정은 경상정비 분야의 직고용도 검토하기로 했는데, 해당 민간 인력은 3091명에 달해 이들까지 고용할 경우 총 5357명이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일종의 특채 형식으로 이들을 대거 뽑겠다는 건데, 이러한 후속대책은 해당 공기업 입사를 몇년째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안길 수 있다.

한 발전소 법무담당 법조계 인사는 "단순히 안전수칙을 어기고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에 몇천명 규모의 공기업을 새로 만들어 모두 정규직을 만들면 해결된다는 사고방식이 비상식적"이라며 "비정규직이라 죽었다는 프레임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청이 민간업체 직원을 지휘하는 파견 형태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공기업 정규직 고용을 추진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김용균법에 대해서도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일부 위험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했고,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한 경우 처벌수위를 기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대폭 높였다"며 "부담만을 강화하면 기업은 일자리 자체를 없애버린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은 지난해 12월말 김용균법이 상정 8일만에 통과되자 입장문을 내고 "사업주 관리범위에 한계가 있다. 산재 책임을 확대하고 벌칙을 올려 기업부담만 강화하는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 기업현장의 현실과 의견을 더 반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당정이 김용균법 후속대책을 발표했지만 임금과 근로조건 등 구체사항을 정한 것이 없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당정의 이번 대책은 '비정규직 택시기사가 사고를 당했다'며 정부가 택시기사들 수천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공기업을 만드는 격이다.

민간 업체들의 사업기반을 완전히 허물어 버리는 공기업화 방안이 어떤 상황을 야기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