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먹칠하지 말라"며 발끈했지만 말 바꿔 파문 자초
보훈처·법무부·산자부도 '사퇴 압박' 정황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정부의 블랙리스트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청와대가 지난 20일 '인사수석실의 정상적인 업무' '적법한 감독권 행사이자 체크리스트'라고 밝혔지만 궁색한 이중잣대로 읽히고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정부 인사정책에 딱지를 갖다붙인 것, 블랙리스트라는 먹칠을 삼가달라"며 발끈하고 나섰지만, 지난해 12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전면 부인한 것과 달리 말을 바꾸면서 오히려 파문을 키웠다.

검찰은 조만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재소환해 표적감사 및 청와대 지시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인사권을 청와대가 행사하고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관여했다'는 관계자 진술도 나왔다.

검찰은 환경부가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과정에서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및 문재인대선캠프 환경특보 경력의 유성찬씨에게 업무계획자료를 건넨 단서를 잡고 '환경부가 유씨의 지원서 작성과 면접에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해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과 김옥이 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무역보험공사·지역난방공사·에너지공단·광물자원공사 전 사장단 등 산업통상자원부·법무부·국가보훈처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작성·실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부·환경부·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당시 각 부처 장관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전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거나 선정하는 화이트리스트 차원이었다면, 문재인정부의 의혹은 청와대가 부처별 인사추천 단계부터 개입해 공정성을 해치는 월권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전 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청와대가 표적 감사를 지시했거나 이에 대한 부처현황 보고를 받았다면 현행법 위반 소지가 크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기관장 및 임원은 직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지 않는 한 임기를 보장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청와대가 표적 감사를 통해 기존 임원을 찍어내린 후 공모 과정에서 특정인사를 뽑기 위해 다른 경쟁자들을 배제했다면 공정성을 해치는 인사를 자행한 것이다.

밝혀진 의혹이 사실이라면 책임자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 일부 사건은 이미 검찰에 고발되어 있다. 환경부뿐 아니라 정부부처 곳곳에 피해 규모가 더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이어 이번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까지, 문재인정권은 '내로남불·이중잣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