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표적감사' 문건 확보
환경부 '장차관 보고 없었다' 부인에도 혐의 짙어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정부의 표적 감사(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보고용으로 작성된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겨 김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된 정황이 드러나면서부터다.

문건에는 사표를 거부하는 8개 산하기관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등을 감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말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제출 현황' 문건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의혹이 제기되자 "산하기관 임원에 대한 동향 등이 장차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서울동부지검은 이번 문건을 비롯해 문건들이 보고된 '디지털 증거'도 일부 확보했고 청와대 연루 여부도 확인 중인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청와대는 앞서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민간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폭력"이라고 말했다.

김동진 환경부 대변인은 이날 "검찰이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 알지 못한다. 수사 중인 상황에서 특별히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부·환경부·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당시 각 부처 장관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법조계에 따르면 김은경 전 장관은 지난달말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후 이달초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동향을 보고 받은 적은 있지만 표적 감사가 진행된 사실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상 직권남용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수사도 자유한국당이 김 전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환경부는 '문건을 만든 적 없다'고 잡아떼다가 '김태우 수사관 요청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윗선에 보고는 없었다'며 말을 바꾸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입장이 이번 문건으로 인해 사실상 거짓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기가 남아 사퇴하지 않겠다는 산하기관 임원에 대해 '철저히 조사후 사퇴를 종용하고 거부시 고발조치한다'는 내용이 문건에 담겨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의심할 여지 없는 블랙리스트"라며 "문건에는 출신정당 등 인사 성분에 대한 분류도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법관 출신의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실재했다면 이것이 환경부에만 있었는지 의문이다"며 "김태우 전 수사관은 '이인걸 청와대 특감반장 지시로 330개 공공기관장 및 감사의 재직유무와 임기를 파일로 정리했고 이를 토대로 감찰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단서가 될 것이고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의 현존하는 '적폐'를 청산한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수사에 임해 청와대의 개입, 지시 여부까지 밝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환경부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장차관을 비롯해 고위급 공무원, 산하기관 임직원까지 수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가 공공기관 임원진을 갈고 낙하산 인사를 꽂는 적폐에 대해 검찰이 모든 진상을 드러내고 엄벌에 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