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종류·좌석 외에도 투자 ·기금·후원·협찬·제휴 등 다양한 요인 따라 티켓 값 결정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문화예술작품의 전시나 공연을 관람할 티켓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전시나 공연의 성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공연의 종류, 서비스 품질, 좌석의 위치, 안락감 여부, 공연 시작 시간 등은 공연이나 전시의 티켓 가격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지표다.

투자, 기금, 후원, 협찬, 제휴 여부도 티켓 값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티켓 값이 경영 성과를 좌우할 수도 있으니,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경영자들은 이 문제에 특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 소비자들이 사는 티켓의 가치는 티켓 자체가 아닌 관람을 통해 느끼는 감동이나 만족감이다. 그래서 티켓 값을 결정할 때는 문화적 프리미엄을 더해주며 가격 경쟁력도 고려해야 한다. 티켓 가격의 결정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러 기준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다음 당면한 현안과 여건에 알맞게 가격을 정해야 한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가격 전략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문화예술작품의 전시나 공연에 알맞게 전략을 선택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먼저, 경쟁에 따른 가격 결정법이 있다. 어떤 전시나 공연에 소요된 투자 원가나 목표 수익을 고려해 티켓 값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경쟁 관계에 있는 전시나 공연의 가격을 비교하고 거기에 맞춰 티켓 값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상대적 저가 정책, 상대적 고가 정책, 그리고 경쟁자와 비슷한 가격 정책이 있다.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 상황에서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에 따른 가격 결정법을 따를 필요는 없다. 다른 가격 전략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문화예술 소비자들은 티켓을 구매하기에 앞서 전시나 공연의 질, 공연의 규모, 주관사의 이미지, 작품의 명성, 공연 장소를 비교하게 마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티켓 가격이란 인식된 가치나 경험의 기대치를 돈으로 교환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마케팅 기획자는 가격이라는 x축과 가치라는 y축 위에서 합리적인 수요를 창출하도록 가격 결정의 방정식을 풀어가야 한다. 이때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할인 혜택도 고려해야 한다.

   
▲ '문화누리카드' 발급 안내문 (2019).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경쟁에 따른 가격 결정법에서 고려하는 혜택의 하나로 문화 바우처(voucher) 제도를 들 수 있다. 증서, 상품권, 할인권, 쿠폰을 지칭하는 바우처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대체하는 지불 인증권인데, 문화예술에 취약한 계층에게 제공된다.

시간과 요일이나 관람횟수를 고려해 티켓 값을 할인해주는 프랑스 파리의 문화 바우처가 대표적이다. 미국극장개발기금의 할인 프로그램, 영국 런던의 '문화개방의 날', 미국 영국 프랑스의 예술카드, 캐나다 토론토의 박물관 여권은 모두 문화 바우처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에 문화 바우처 시범사업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다. 현재는 정부에서 문화 바우처 제도의 일환으로 '문화누리카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누리카드란 기초 및 차상위 계층에게 문화예술, 여행, 체육 분야를 향유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계층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려는 목적에서 발급하는 카드다. 이 카드는 전국의 주민센터나 온라인에서 발급받아 1인당 연간 8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공연 형태에 따른 가격 결정법도 있다. 즉, 각각 다른 공연일 경우에 티켓 값을 각각 다르게 결정하는 방법이다. 조수미 씨가 출연하는 오페라 공연의 티켓 값과 신인이 출연하는 공연의 티켓 값이 같을 수는 없다. 보통 때의 박물관 입장료와 특별 전시회 시기의 입장료는 다르게 마련이다.

같은 공연에서도 정기 회원에게는 일정 기간 똑같은 티켓 값을 적용할 수 있지만, 1회 관람객의 티켓 값은 거기에 맞추기 어렵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공연 형태에 따라 가격별로 좌석 수를 달리하는 가격 전략이 나오게 되었다. 유명인이 공연할 때는 고가 좌석의 티켓을 더 많이 발행하고, 덜 유명한 예술가의 공연에서는 저가의 좌석 티켓을 더 많이 발행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2011년 2월에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천국의 눈물>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하고 브로드웨이 제작진이 참여한 창작 뮤지컬이라는 사실과 가수 김준수 씨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2010년 12월 16일, 예매 시작 5분 만에 김준수가 출연하는 6회 공연 전석이 매진됨으로써 아이돌 가수의 티켓 파워가 증명되기도 했다.
 
   
▲ 총 좌석 중 공연별 최고가석의 비교 (단위: 석). /출처=매일경제 2010. 12. 27

그런데 국립극장의 전체 좌석인 1,563석 중에서 1층 전체인 1,015석의 티켓 값을 그 공연의 최고가인 13만원에 똑같이 적용했다는 사실이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이하, 김슬기 기자. "어떤 뮤지컬의 이상한 티켓 가격" 매일경제 2010. 12. 27. A34면 인용 요약). 같은 층이라도 앞좌석과 뒷좌석의 값은 보통 차이가 나는데, 1층 전석을 최고가로 통일해 객석 전체의 65%를 최고가에 팔았다는 뜻이다.

더욱이 <천국의 눈물>의 티켓 예매를 시작할 무렵 국립극장에서는 뮤지컬 <영웅>을 공연하고 있었다. <영웅> 공연에서는 1층 앞좌석 308석이 VIP석으로 배정돼 11만원에, 1층 나머지 좌석과 2층 앞좌석 669석은 R석으로 9만원에 팔렸다.

당시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빌리 엘리어트>의 경우 총 1068석 중 303석이 VIP석이었고,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 <아이다>의 경우 1788석 중 VIP석은 256석에 불과했다. 1층 전석 13만원을 감안하면 <천국의 눈물>의 매출액은 회당 1억 5869만원으로 <영웅>의 매출액 회당 1억2357만원보다 30% 가량 높은 결과였다.
 

당시 언론에서는 다른 대형 공연과 비교해 봐도 <천국의 눈물>의 최고가석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배우들의 팬덤에 기댄 지나친 상술이며, 심지어 '어떤 뮤지컬의 이상한 티켓 가격'이라고까지 비판했다.

하지만 공연 형태에 따른 가격 결정법에서는 각각 다른 공연일 경우에 티켓 값을 각각 다르게 결정한다. 따라서 다른 공연과 다르게 책정한 <천국의 눈물>의 티켓 가격은 전혀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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