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불러 들일 수 있는 최적의 가격 결정법을 선택하는 판단력이 중요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티켓 가격 결정법에 장소나 시간에 따라 특별가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공연 제작에 투입된 원가가 좌석마다 같더라도 공연 장소나 공연 날짜가 다르다면 티켓 값을 다르게 매겨야 한다. 열성 관객들은 비싼 티켓이라도 주말 공연 티켓을 기꺼이 구입할 수 있다. 공연 홍보물에 주목해 소비자들이 어떤 공연에 매력을 느낀다면 티켓 값이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애매한 시간대에 열리는 공연 티켓을 판매할 때도 특별가 정책이 필요하다. 관객이 몰리지 않는 평일 낮 시간대가 대표적이다. 평범한 할인 행사는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한다. 기간, 요금, 시간대를 명시한 특별 할인제는 문화예술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 평생 고객을 모집해 문화카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있다.

국립극장의 전속 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무용단의 상설 공연인 정오(正午) 시리즈는 ‘정오의 음악회’와 ‘정오의 춤’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정오의 음악회>는 월 1회 오전 11시에 브런치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상설 공연이다.

국립극장은 주부들을 겨냥해 클래식이 아닌 우리 국악으로 브런치 공연을 선보였다. 점심 전후라는 틈새 시간을 파고든 이 공연에서는 공연 시간의 고정관념을 깨며 정오의 국악 콘서트라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냈다.

   
▲ '정오의 음악회' 포스터 (2018). /자료=김병희 교수

국립극장에서는 비교적 한산한 시간을 활용해 다른 공연과의 시간대 경쟁을 줄이며 관객들을 확보했고 공연을 활성화했다. 관객들은 저녁 시간에 비해 낮 시간에 공연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기존에도 있던 '스타와 함께', '정오의 춤', '정오의 소리' 코너에 이어 '세계음악기행'과 '국악 관현악 명곡전' 같은 코너를 새롭게 추가했다. 전통춤과 전통음악을 한 곳에서 감상하는 시간도 마련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수준에서 특별가로 결정했다. <정오의 음악회>의 상반기 패키지 티켓, 하반기 패키지 티켓, 연간 패키지 티켓으로 구성해 음악회에 대한 열성 관객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국립극장 주변의 장소 요인도 고려했다.

국립극장 인근의 반얀트리호텔과도 제휴해 음악 공연과 호텔의 점심 메뉴를 묶어 '극장 12시(Theater 12 O’clock)'라는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공연장이나 전시회에 가는 사람들은 격식을 갖춰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오의 음악회>의 마케팅 기획자들은 브런치 시간을 이용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적정가에 음악을 즐기도록 고려했다.

이 공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예술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크게 줄여주었다. 최근에는 국악을 처음 만나는 관객들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국악 관현악곡을 선정해 대중가수에서부터 소리꾼, 뮤지컬 배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공연 기획을 바탕으로 <정오의 음악회>는 매 회마다 거의 만석을 기록하며 국립극장을 대표하는 낮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고, 장기 공연에 성공한 국악 브런치 콘서트의 대표 사례가 되었다.

이밖에 좌석의 수용 능력에 따른 가격 결정법도 있다.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문화예술 마케팅 기획자는 좌석별로 티켓이 얼마나 팔렸는지 알아보는 좌석 가동률(capacity utilization)을 분석하게 된다. 어떤 좌석의 티켓이 얼마나 팔렸는지 수시로 확인해보는 것이다.

고객이 처음 예약한 날짜의 좌석 표를 그대로 샀는지 그렇지 않은지 비교해보면 좌석별 판매율을 알 수 있다. 판매율 자료는 공연 좌석의 배치를 변경하거나 수요와 공급에 맞춰 티켓 값을 재조정할 때 요긴한 정보로 쓸 수 있다.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1, 2, 3, 4층 좌석배치도. /자료=김병희 교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관람석은 모두 2283석이다. 전체 좌석에서 일반 판매석은 1993석(일반석 1925석, 휠체어석 20석, OP석 48석)이고, 판매 유보석은 290석(자막 시야 불량석 48석, 시야 제한석 242석)이다. OP석이란 공연에 맞춰 오케스트라의 연주 무대나 객석으로 변용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피트(Orchestra Pit) 좌석을 뜻한다.

무대와 가까운 OP석에서는 공연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도 있지만 좌석의 위치나 무대 구성에 따라 시야를 가리는 장애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 마케팅 기획자는 티켓의 예매 상황을 파악하고 좌석의 수용 능력을 봐가며 가격을 조정해나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좌석 수용 능력을 고려해 자리 위치를 다르게 배치하고 가격에 차등을 두기도 한다. 공연장에서 특별석과 일반석은 가격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대와 가까운 정도에 따라서도 티켓 값에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관객들이 티켓 자체를 소비하지 않고 작품에 대한 감동(예술의 품질)을 소비한다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문화예술 소비자들에게 가격 요인은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장소와 시간에 따라 특별가를 적용하든, 좌석의 수용 능력에 따라 티켓 값을 결정하든, 결국은 공연장에 사람들을 모일 수 있는 최적의 가격 결정법을 선택하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신자가 없는 교회에는 구제할 영혼도 없듯이, 관객이 없는 공연장에는 공유할 감동도 없을 테니까.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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