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LG화학서 SK이노로 76명 이직…반대 사례 '0'
SK이노 평균 연봉 1억2800만원…LG화학 8800만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인력·기술 유출 등에 대한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이 소송을 건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고, SK이노베이션 전지사업 미국법인(SK Battery America)이 위치한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LG화학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로는 지난 2년간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구매·영업 등 전지사업본부 인력 76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것이 꼽힌다. 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자사의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후발업체가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손쉽게 경쟁사 영업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소송의 핵심은 기술유출이며, 이와 관련된 정황이 발견됐기에 제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양사의 배터리 개발기술 및 생산방식이 다르며, 비신사적이고 근거도 없이 SK이노베이션을 깎아 내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강력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고위 관계자는 "SK는 계열사의 라인이 통째로 경쟁사에 넘어갔던 선대회장 시절에도 '우리 회사 출신답게 잘한다는 소리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해줘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상생경영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는데 '빼가기'식 모집을 했겠는가"라고 호소했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각 사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에 대해 LG화학이 창사 이래 최초로 외부 출신의 최고경영자(CEO)인 신학철 부회장을 선임하고 전기차배터리 분야 투자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입지가 축소되는 것에 압박감을 느낀데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이 전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2.6%에서 올 1분기 10.6%로 감소했다.

특히 신 부회장 선임 이후 남경 전기차 1배터리 공장 및 소형 배터리 공장 증설에 1조2000억원 투자가 결경되고,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및 1조7800억원 상당의 그린본드 발행 등을 통해 사업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SK이노베이션과의 세계 시장 점유율 격차가 같은 기간 11.6%포인트에서 8.7%포인트로 줄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동안 중국업체들이 성장하면서 사실상 중국시장 진입이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 등 여러가지 악재에서 시선을 떼놓기 위함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ESS 화재 4건 모두 자사의 배터리에서 발생하면서 태양광 연계 배터리 충전 상한 감소 공문을 보낸 바 있으며, 올 1분기 ESS 관련 비용으로 1200억원을 지출했다.

   
▲ 양 사의 소송에 대해 LG 계열사 직원들의 반응/사진=블라인드 어플 취합


연봉과 인센티브 격차에 따른 인력 이직을 막기 위한 압박카드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양 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평균 연봉은 1억2800만원으로, LG화학(8800만원) 대비 4000만원 가량 높다. 인센티브도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와 지난해 각각 월 기본급의 850%, 1000%를 지급한 반면, LG화학은 500%, 200%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LG화학의 이직자는 661명으로, 지난 2년간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긴 인력의 9배에 달한다"면서 "업계 1위 업체에서 이처럼 인력이 떠나는 동안 반대 사례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이미 2016년에 NCM811을 상용화하는 등 핵심 기술력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어 경쟁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필요 없으며, 사업부문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인력이 필요해 경력직을 채용한 것"이라며 "그간 '先수주 後증설' 전략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대규모 이직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수주 잔량이 급증했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식을 접한 LG그룹 계열사 직원들은 'SK이노베이션을 고소해야 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LG화학이 경력직 공고하면 경쟁사 핵심인력들이 올지 역지사지 해봐야 한다', 'LG화학의 처우가 업계에서 낮은 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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