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증가속도 너무 빨라
'현재 투표권 없는' 미래세대 부담만 늘릴 재정확대 신중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4일 정부가 내년 7월부터 폐업한 자영업자를 포함해 저소득 구직자에게 매달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총 3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세금퍼주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업급여와 달리 국민세금으로 모든 재원을 충당하는 데다 기존 '국가채무 40%' 재정건전성 논란도 봉합되지 않은 상태라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에만 대상자 35만명에게 5040억원을 지급한 후, 2022년까지 60만명으로 대상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문제는 거시적으로 우리나라 국가채무의 증가속도가 과도할 뿐더러 미래 경제위기·고령화·통일에 대비해 다른 선진국 보다 재정건전성을 더 건실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1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정례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한국 국가채무는 외환위기 전 GDP 대비 10%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난 2007년에는 29%, 2017년 38%로 증가했다. 현재 문재인정부가 적극 논의하고 있는 38%에서 45%로의 국가채무 증가는 이전과 달리 단시일만에 이루려는 것이다.

또한 내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이미 넘어서고 공기업 부채까지 더하면 60%(2017년 기준 60.4%)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예산안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 국가채무비율은 40.3%, 2022년 41.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정부 통합재정수지에 대해 2018년 30조8000억원 및 2019년 9조2000억원을 거쳐 내년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13조7000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대표적인 재정건전성 지표다.

이에 대해 이영 한양대 교수는 "급속한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가 경제 주체들에게 고비용에 따른 조정을 강요해 경제 탄력과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계획된 지출 확대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해당 지출의 효과가 크지 않다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사실 이번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불거졌다.

문 대통령이 4년 전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면서 국가채무비율 40%를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언급했지만, 지난달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가 국가채무비율을 40% 안팎에서 관리하는 근거가 뭐냐"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이에 민주당측은 입을 모아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주요 국가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재정 확대를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각 선진국과 국가채무비율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틀렸다는 비판이 많다. 

현재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겨 한국이 건실해 보이지만 2018년 시점, 각국 고령화비율이 14%에 도달한 시기를 기준으로 삼아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높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이 고령사회(고령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한 지난해 국가채무비율은 38.2%였다. 이에 비해 각각 1972년, 1979년 고령사회로 진입한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당시 국가채무비율이 36.8%, 32.6%로 우리나라 보다 낮았다.

이와 관련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문정부의 확대 재정이 아닌 재정 효율화에 방점을 두기도 했다. 정부는 (현재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은) 미래세대 부담만을 늘릴 재정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