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심 선고, 삼성 포괄적현안으로 승계작업 존재 및 대가관계 인정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3년에 가깝게 이어져온 '국정농단' 사건이 파기 후 고등법원으로 환송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향후 전망은 더 불투명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2시 대법원 청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는 무죄 부분은 확정하지만 뇌물혐의를 분리선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의 경우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작업이 존재해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며 "법리와 증거를 비추어보면 구입한 말들에 대하여 피고인 최서원에게 있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뇌물로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며 역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날 상고심 선고로 가장 큰 치명타를 입은 측은 이 부회장이다.

전원합의체는 이날 상고심 선고에서 삼성에게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작업이 존재하고 대가관계를 인정한다고 보았다.

또한 당초 상고심 핵심쟁점 중 하나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측에 전달한 '말 3마리' 구입비용을 뇌물로 인정할지 여부였는데, 대법 전원합의체는 이에 대해서도 '인정한다'고 결론내렸다.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1심·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뇌물로 봤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1심에서는 뇌물로 인정됐고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2시 대법원 청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내렸다./사진=연합뉴스


전원합의체는 이날 상고심 선고에서 "말 구입대금을 뇌물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원심(항소심 재판부)은 보았지만 실질적인 사용처분권을 취득하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이러한 법리와 증거를 비추어보면 구입한 말들에 대하여 피고인 최씨에게 있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뇌물로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원합의체는 삼성 승계작업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나 여부에 대해 "원심은 대가관계를 인정하였지만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승계작업은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가 합리적 의심없이 인정되어야 하고 상대방의 인식도 명확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며 "그러나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그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고 확정적일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원합의체는 "원심은 부정한 청탁에 대한 법리에 따라 전 대통령과 피고인 이 부회장의 관계, 이익의 수수로 인하여 사회 일반으로 직무 공정성을 의심받는지 판단했어야 한다"며 "이러한 법리에 (원심 판단이) 배치된다"며 삼성의 승계작업 존재와 그 대가성을 인정했다.

법조계 평가는 이날 상고심 선고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등법원 현직판사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전화통화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들도 있지만 막연하게 유추되는 사정들도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이재용 부회장과 최서원씨) 양측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삼성측이 고가의 말을 뇌물로 제공했다는데 오히려 저가의 차량을 최씨에게 매도했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말 구입액 34억원 자체를 뇌물로 판단하기에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사실관계를 찾기 어렵다"며 "차라리 구입한 말의 무상이용을 뇌물로 받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판사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이날 미디어펜의 취재에 "오늘처럼 추가 뇌물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가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며 "말 3마리 가격을 뇌물액으로 인정하면 이 부회장 횡령액은 50억원을 넘어 이 부회장의 법정형은 범위가 넓어진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경법에 따라 '징역 5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경합범 가중과 작량감경을 통해 법정형이 조정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 부회장에게 여러가지 혐의가 적용된 것을 고려하면 환송 후 선고형이 징역 3년을 넘을 수 있고 그럴 경우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이날 전원합의체가 이재용 부회장 승계작업을 현안으로 인정했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대법 전원합의체가 삼성에게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최씨가 설립한 영재센터 16억원 지원금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앞서 항소심에서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원은 결국 향후 이 부회장 횡령액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법 전원합의체는 이날 상고심 선고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며 "승계작업은 그에 대한 전 대통령과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다. 승계작업으로서의 성격으로 이루어지는 각각의 현안을 특정하여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