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태풍 '링링'과 '타파'가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이후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표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한반도를 덮친 두차례의 태풍은 기록적인 강풍을 동반했지만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이 직접적인 영향권을 피해갔으며, 보험사에 직격탄인 침수 차량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등 예상보다 피해규모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업계가 태풍 이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여전히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나날이 치솟고 있어 위기 속 다행일 뿐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 사진=미디어펜


25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9시 기준 11개 손보사에 접수된 제17호 태풍 ‘타파’ 관련 차량 피해 추정 손해액은 낙하 7억7000만원(422건), 침수 1억9700만원(11건) 등 총 10억300만원(457건)이다.  

앞서 제13호 태풍 링링이 몰고 온 피해는 지난 9일 오전 8시 기준 차량 침수 피해 추정손해액 2억5200만원(17건) 등 총 69억4800만원(4070건)이었다.

두 태풍으로 인한 피해액은 총 80억원 수준이다. 이는 당초 손보업계에서 우려했던 것보다는 작은 피해규모로 평균적으로 매일 일어나는 손해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역대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는 2003년 9월 매미였다. 당시 차량 총 4만1042대가 피해를 입었으며 추정손해액만 911억원에 달했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도 455억원의 추정손해액을 기록한 바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태풍이 보험사들에게 치명적인 이유는 침수 차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링링은 비교적 적은 강우와 함께 강풍이 불어 낙하 피해가 많았고, 타파의 경우 남부지방 등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미쳐 우려했던 것보단 피해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태풍에는 가슴을 쓸어내린 손보업계지만 여전히 손해율은 치솟고 있어 안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태풍 피해가 적어 최악은 피했지만 차악을 받아들인 수준일 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실제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9개 손보사의 7·8월 평균 손해율은 각각 98.8%, 100.1%로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8.2%포인트, 11.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적정 손해율인 77~78%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손해율 증가세는 단순 일시적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손보사들의 부담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손보업계에선 손해율 상승 요인으로 정비수가 인상과 노동가동연한 60세에서 65세로 상향 등을 꼽고 있다. 이에 손보사들은 앞서 보험료를 지난 1월 3~4%, 지난 6월 1.0~1.6% 올렸지만 손해율을 감당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업계에선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비교적 적었지만 손보업계의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풍 피해가 비교적 적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손해율이 나아진 상황은 아니다"라며 "보험료 인상 요인은 크지만 상반기 두차례의 보험료 인상으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앞선 인상에도 여전히 손해율을 메우긴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또 한차례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다른기사보기